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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북한공사 “김정은은 ‘개성식’ 경제개발에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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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북한공사 “김정은은 ‘개성식’ 경제개발에 나설 것”

뉴시스입력 2018-05-13 07:50수정 2018-05-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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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와 두 번째 ‘넛지인터뷰’를 가졌다. 작년 11월 첫 인터뷰 때만 해도 미국과 북한의 대결은 일촉즉발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당시 미국 의회 초청으로 방미한 그는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북한은 파괴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북한 김정은은 180도 달라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그는 북한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일까. 북한권력 내부 사정에 정통한 태 위원의 분석과 전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북한권력의 심장부에 관해 증언한 책의 출판 준비를 막 끝내고 있었다.

-북한의 태도가 급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언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유엔의 대북 제재가 두 건 있었다. 이 제재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북한도 미처 예측을 못했다. 이전의 대북 제재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도 그동안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 영향을 주는 제재는 안 된다고 해 오다가 이번에는 물러섰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수백만 기층 주민들의 삶을 뿌리째 위협하는 것이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이번에 북한의 석탄 수출 길이 막혔다. 북한에서 대부분의 물건 가격은 세 가지로 형성된다. 국정가격과 장마당 가격, 그리고 수출 가격이다. 석탄도 마찬가지다. 화력발전소로 가는 석탄은 국정가격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상 공짜나 마찬가지일 만큼 저렴하다.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을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면 광부들을 먹여 살릴 수가 없다. 광산 지배인은 일정량을 빼돌려 장마당으로 내 보낸다. 장마당 가격은 국정가격의 수백 배다. 그러나 장마당으로 가는 양이 많을 수는 없다. 그래서 가격도 충분히 받고 양도 많은 수출이 광산과 노동자들의 생명줄인 것이다. 수출가격은 장마당 가격보다도 훨씬 높다. 이 수출이 막혀버리면 광산은 돌아갈 수가 없고 광부들도 살 길이 막힌다.

또 하나 유엔 제재는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24개월 이내에 북한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 수가 수십만 명이다. 당장 외화 수입이 끊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고 먹고 살 것인가. 바깥 사정을 눈 구경이라도 해본 이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돼 살 길이 막히면 북한 체제의 불만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도 유엔 제재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고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은이 작년부터 국면 전환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관측도 있다.

“작년 12월말 북한에 다녀 온 외국인을 만났다. 장애인 관련 복지사업을 하는 분인데, 그때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올 것 같다고 하더라. 북한의 장애인 체육인들이 마식령에서 스키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만해도 북미 대결이 첨예할 때였다.


김정은은 핵무기만 완성하면 남조선과 미국이 굽신거리며 경제 봉쇄를 다 풀어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되고 풍요롭게 살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런데 핵 때문에 오히려 인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해외 노동자들까지 쫓겨 오는 상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물론 김정은도 무한정 핵무력을 키울 생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 외교는 언제나 강경과 유화 국면을 되풀이 해 왔다. 극한 대결로 치달을 듯하다가도 한순간 평화 제스처로 돌아서는 게 북한 외교술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됐다. 북한은 정말 핵무기를 포기할까.

“북한이 자신의 핵무기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 김정은의 서두발언에 명백하게 나와 있다. 김정은은 북한의 핵무기를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라고 정의하고, ‘우리 후손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라고 했다. 이렇게 북한핵무기에 대한 정의를 내린 기초에서 결정서를 채택하고 북한 주민에게 선언한 것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말씀’이나 노동당의 결정은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김정은 스스로 ‘평화수호의 보검’이요, 미래의 확고한 담보라고 규정해 놓고 금방 이를 포기한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핵무기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김정은이 바깥 세상에 하는 말과 안으로 하는 말이 이렇게 달라서 책임질 수 있을까. 미국과의 협상은 어떻게 할 것으로 보나.

“결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개념을 놓고 미국과 적당히 타협하려고 할 것이다. 종국에는 이런 개념의 구체적 범위와 행동들이 확정돼야겠지만 협상 초기에는 개념의 모호성을 내포한 채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북한은 이 두 가지 개념을 다 받아들인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찰의 구체적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지나친 사찰은 우리나라 체제에 대한 위협이다. 당신들이 우리 체제를 보장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치고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의 협상은 대개 이런 식이다. 처음에 개념적으로 합의했다가 나중에 그 개념의 구체적 내용을 들어 깨버린다. 그러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실현하려면, 그게 가능하다하더라도 몇 년의 시간과 수없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이 과연 언제까지 지금의 단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 아닌가.

북한은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체제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전제조건을 걸고 나왔다. ‘북한 체제안전 보장’에서 핵심은 바로 김정은의 절대적인 권위와 세습통치구조 보장이다. 그런데 CVID의 정확한 개념은 ‘강제사찰과 무작위 접근’이다. 김정은 통치하에서 북한 내부를 이러한 개념에 기초해 사찰한다는 것은 결국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눈앞에서 김정은의 절대권위를 허무는 과정으로 보일 것이다. 북한은 핵 폐기과정이 북한 붕괴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CVID를 반대할 것이다.

나는 북핵문제가 앞으로 ‘진정성 있고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북핵 위협감소’로, ‘핵군축’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북한은 ‘비핵 국가로 포장된 핵보유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강국 군사강국이 달성됐으며, 이제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이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경제개혁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북한은 중국식이나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할 수 없는 체제다. 북한체제를 떠받치고 지탱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둘째는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제하며, 셋째는 모든 주민을 조직화시켜놓고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단절모델’이다. 이중 하나라도 약화되면 체제가 무너진다. 주민들에게 ‘정보접근, 이동, 비정치의 자유’를 준 중국식 개혁개방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건가.

”김정은은 개성공단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한 적이 있다. 개성은 북한에서 전연지대(전선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뜻의 북한식 표현)로서 여기에 들어가려면 특별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고립된 지역이다. 주민들의 이동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북한의 표본 도시다. 문제는 이렇게 통제된 개성시민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느냐는 점이다. 개성공단을 세우기 전에는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된 개성주민들이 대단히 살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개성은 공단 덕분에 북한의 어느 지역보다도 잘 살면서 잘 통제되는 도시였다. 공단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매일 아침에 집결해 질서 정연하게 공단으로 출근했다. 일상생활에서도 당의 통제를 잘 따랐다. 조그만 지시라도 어기면 공단에서 일할 자격, 곧 임금과 각종 혜택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단절모델이 성공한 셈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먹고 살길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며 직장에 빠지기 일쑤고 당과 행정조직의 지시도 잘 통하지 않는다. 직장의 월급이나 배급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런 말을 했다. ‘개성과 남포를 비교해 보라, 어디가 잘 통제되고 질서 정연한가’. 그러면서 북한 전역에 개성공단 같은 것을 14곳에 만들라고 했다.

-공단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지금 김정은은 ‘선 관광 후 경제 특구’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관광을 두려워한 김정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작년까지 평양 건설에 주력하다가 금년부터 원산에 건설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호텔과 골프장을 짓고 있고, 카지노까지 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원산 갈마반도와 마식령 스키장을 포함하는 대규모 관광특구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어디를 염두에 두고 이런 투자를 하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안 오면 무용지물이다. 한국 사람들이 금강산에 와 산에만 오르고 돌아가게 두지 말고 원산 해안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김정은이 ‘선 관광 후 경제’ 특구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지난 시기 개성공단의 중단과 폐쇄 과정을 겪으면서 손실을 본 한국기업들은 앞으로 김정은이 개성식 경제개혁을 하고 북한의 내부 주요 지역에 있는 경제특구들에 투자하라고 해도 선뜻 들어가기 꺼릴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는 개성과 같은 ‘경제특구’가 아니라 한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없이도 돈을 벌 수 있고 한국 사람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는 ‘관광특구’를 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만일 관광이 활성화되어 한국 사람들의 신뢰가 쌓이면 결국 싼 노동력을 찾고 있는 한국기업이 북한 내부로 천천히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개성과 같은 단절모델 경제특구를 10개 정도만 만들어 놓으면 기본 통치체계가 복구될 것이라고 김정은은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하려고 하는 이런 방식의 개혁을 나는 ‘개성식’ 경제개혁이라고 개념을 정리하고 싶다.”

-군비 축소 가능성은 없나.

“김정은은 군비도 대폭 민수용으로 돌릴 것이다. 현재 북한 예산의 70% 정도가 군사부문에 쓰이고 있는데 아마 절반까지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철소에서 그나마 생산되는 강철도 지금은 대부분이 탱크나 대포 만드는 데 쓰이지만 앞으로는 철도 레일 만드는 데로 돌려질 수도 있다. 김정은은 재래식 군사무기에서 한국에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핵을 만든 것 아닌가. 이제 핵무기 완성을 선언했으니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럴 능력도 없지만. 아마도 병력을 크게 줄일지도 모른다. 100만 명이 넘는 북한 청년들을 군대에 10년 이상씩 묶어놓고 경제건설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 북한 군대는 전투부대와 건설전문부대로 나뉜다. 전투부대도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지만, 건설전문부대에 나가면 집에 돌아올 때까지 10년 동안 아예 건설만 전담한다. 앞으로 전투부대를 줄이고 건설부대의 비중을 늘릴 수도 있다.”

-기업이나 협동농장의 자율권도 늘어나지 않겠나.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협동농장의 경우 관리위원장이 다음해 농사를 위해 생산량의 일부분을 개인 창고에 비축하는 것이 묵인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지배인들이 규정을 어겨서라도 재량껏 외화를 벌거나 이윤을 늘리는 일이 사실상 허용되고 있다. 평양에 있는 냉면집은 국영과 합의제 두 가지가 있다. 국영은 냉면가격이 국정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곳이고, 합의제는 식당과 손님이 가격을 합의해서 정하는 곳이다. 전에는 두 곳의 비율이 5대 5 정도였는데 지금은 90% 이상이 합의제 식당이다. 옥류관 등 유명 식당 몇 곳을 빼고는 거의 다 합의제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김정은은 국정가격과 암시장의 가격을 가급적 일치시키는 쪽으로 재정개혁도 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북한 경제에서 시장 요소들이 커지고 그것이 북한 체제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겠는가.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이런 변화가 북한체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주민 통제 기구를 더욱 늘리고 감시와 억압을 강화할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교류에 따른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를 막기 위해 사상 교육과 집단 조직 생활도 한층 조일 것이다. 북한 정권의 대외적 유화 정책이 내부적으로도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은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 북한정권을 항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도이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 등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북한에 대한 개입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대단히 걱정스런 점이 있다. 갑자기 김정은을 매우 합리적이고 심지어 매력적인 지도자로 보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보니 김정은이 매우 합리적인 지도자이고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 아닌가, 그러니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할 리가 없고, 그래서 설사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별로 걱정할 게 없다’는 식의 주장이 한국 사회에 먹혀든다면 이거야말로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앞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철저한 북핵 폐기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국민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끝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북핵 있는 평화로 가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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