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배우 ‘CG 환생’ “놀라워”… 망자(亡者)에 대한 모욕 지적 “이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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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28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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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 /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 /이매진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사망한 배우를 스크린에서 부활시켜 새로운 역할을 맡길 정도다. 언뜻 생각하면 반가운 일. 하지만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스타워즈’ 효과팀 멤버 존 놀 등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NAB쇼(북미방송연맹 NAB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방송장비 박람회)’에서 “영화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사망한 배우 피터 커싱을 되살렸다. 그 캐릭터는 영화에서 꼭 필요했고 우리는 사망한 배우를 살리는 걸 해냈다”라고 말했다.

피터 커싱은 1977년 영화 ‘스타워즈4 : 새로운 희망’에서 데스스타의 지휘권을 가진 제국군 윌허프 타킨 총독 역으로 열연한 영국 출신 배우다. 그는 1994년에 사망했으나 지난해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CG 기술로 부활해 팬들이 반가워했다.

최근 피부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3D CG 기술과 세세한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복원해내는 ‘모션 캡처’ 기술이 발달하면서 커싱 외에도 세상을 떠난 오드리 헵번, 이소룡 등 그리운 스타들이 스크린과 TV 화면에 돌아왔다.

사진=ⓒGettyimages /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 /이매진스


영화 팬에게는 반가울 일이다. 2014년 우리 곁을 떠난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부터 영화사에 다신 없을 ‘조커’를 창조한 히스 레저, 홍콩 스타 장국영까지 관객들이 그리워하는 명배우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특히 ‘스타워즈’를 비롯해 ‘패스트 앤 퓨리어스(국내 개봉명 : 분노의 질주)’, ‘스타 트렉’ 같은 명시리즈는 지금도 속편이 계속 제작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 12월 생을 마감한 ‘레아공주’ 캐리 피셔와, 앞서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배우 폴 워커, 안톤 옐친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슬픈 일이다. 이들을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 팬들의 마음.

하지만 CG로 사망한 배우의 생전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존 놀은 NAB쇼에서 “영화에서 죽은 배우를 되살리는 기술은 매우 비싸고 어려운 일이다”라며 “윤리적인 문제도 연결돼 있다. 까다로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영화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스틸컷
영화 ‘헝거게임 : 더 파이널’ 스틸컷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2014년 영화 ‘헝거게임3 : 더 파이널’ 촬영 중 단 두 장면 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배역을 맡고 있었다.

이에 제작진 내에서는 유족과 협의해 호프만의 생전 모습을 CG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고심 끝에 “가짜 호프만을 보여주는 것은 비극이다.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라며 각본을 고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의 영화담당 편집자 캐서린 쇼드도 “죽음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라며 “로그원에서 피터 커싱이 되살아난 것은 디지털 시대가 죽은 자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기술의 발전으로 옛 추억 속 배우를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된 세상. 그리운 스타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반겨야할지 아니면 추억은 가슴 속에만 간직해야 하는지는 좀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진범 동아닷컴 기자 eur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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