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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은 내 인생의 보물” 다큐 찍고 책 낸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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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은 내 인생의 보물” 다큐 찍고 책 낸 일본인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03-14 03:00수정 2017-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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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기치로 前 NHK PD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책 ‘생명의 시인·윤동주’를 펴낸 일본인 다고 기치로 씨. 30년 넘게 윤동주에게 빠져 시인의 일본 내 행적을 추적한 그는 6일 인터뷰에서 “윤동주는 내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윤동주 시인은 내 인생의 보물이고, 나침반 같은 존재입니다.”

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만난 다고 기치로(多胡吉郞·61) 씨는 30년 넘게 시인 윤동주에 빠져 온 자신의 삶을 이렇게 요약했다. 다고 씨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일본에서 ‘생명의 시인·윤동주’(사진)라는 책을 냈다. 그는 “군국주의가 판치던 암흑기에 인간의 가장 순수한 영혼을 유지하려 했던 이가 바로 윤동주”라며 “평이한 언어로 인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그의 시가 시대, 언어, 국경을 넘어 일본인의 마음에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고 씨는 1984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일본어판이 출판되면서 윤동주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NHK 프로듀서였던 그는 윤동주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사내에서 ‘누가 안다고 그러느냐’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광복 50주년인 1995년 KBS와 함께 윤동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다고 씨는 “그전에는 공동제작이라고 해도 민감해하던 근현대사가 아닌 미술 등을 주제로 했다. 또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을 따로 만드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버전도 하나로 통일해 양국에서 방영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해 3월 방영된 NHK 스페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은 이후 일본에서 윤동주 추모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윤동주의 흔적을 찾아 일본 전역을 돌아다녔다. 윤동주의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대 유학 시절을 추적해 그를 기억하는 동창생 3명을 찾았다. 그중 기타지마 마리코(北島萬里子) 씨의 앨범에서 윤동주의 마지막 사진을 발견했다. 다고 씨는 서울에 있는 윤동주의 유족들에게 사진을 보냈고, 윤동주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시인 우에모토 마사오(上本正夫) 씨를 찾아 증언을 듣고 검증했다.

2002년 영국에서 NHK 주재원으로 있을 때 사표를 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서시의 한 구절이 그를 지탱해줬다. 다고 씨는 “혼자서 영국의 옥탑방에서 살면서 공부를 계속했는데 그때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고 썼던 윤동주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고 씨는 최근까지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증언을 모으며 윤동주의 발자취를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이번에 낸 책에서 윤동주가 읽고 남긴 책의 밑줄과 메모를 분석했고, 어떤 원고지를 썼는지, 연호를 서양식으로 썼는지 일본식으로 썼는지 등을 세밀하게 되짚었다. 윤동주의 마지막 행적을 찾아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의 당시 간수와 수감자 등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다고 씨는 “생체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언을 모았지만 결정적 단서는 얻지 못했다”며 “다만 당시 형무소는 식사가 부실하고 위생상태가 엉망이어서 ‘사망 대기소’라고 할 정도로 연이어 사람이 죽어나갔다. 병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동주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1941년 11월 5∼20일의 2주 동안이라고 했다. 다고 씨는 “시집 출간이 좌절된 윤동주가 시집 제목을 ‘병원’이라고 지었다가 이후 서시를 쓰고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고쳤다. 이 기간에 시인은 정신적 고뇌를 거친 뒤 영원한 생명을 향해 비상했다”고 풀이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고 기치로#윤동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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