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툭하면 폭언·폭행, 사돈과 모텔간 남편…법원 판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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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74·여)의 결혼 생활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1965년 중매로 만난 남편 B 씨(75)는 가부장적인 남자였다. A 씨에게 툭하면 '밥 먹고 집구석에서 하는 일이 뭐냐'는 등 폭언을 내뱉었다. 자기 마음에 안 들 때면 머리채를 잡아 당기거나 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래도 A 씨는 5남매를 낳아 기르며 50여 년을 꾹 참고 살아왔다.

그러던 2012년 A 씨는 장남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과 사돈 H 씨(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함께 있는 장면을 봤다는 것. 한 달 뒤 넷째 딸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남편과 H 씨가 경기 성남의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딸이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따지자 남편이 '재산을 빼앗으려고 아버지 약점을 잡는다'며 오히려 딸에게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사과하라며 남편에게 항의했지만 "이 모든 게 네 탓이다"는 B 씨의 다그침에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A 씨는 집을 나왔고 2주 뒤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민유숙)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두 사람이 이혼하라"며 A 씨에게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재산도 분할해 주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는 B 씨의 부정행위 및 폭언 등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지만 B 씨는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만 밝힌 채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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