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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뽑은 내 금니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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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뽑은 내 금니는 어디로?

주간동아입력 2016-09-04 11:02수정 2016-09-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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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니 매입.’ 서울시내 공중화장실이나 전봇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단 문구다. 이런 전단만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불법 의료시설에서 이에 입힌 금박을 벗겨내거나, 금니를 뽑아내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금니 매입’은 치과병·의원 치료로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 금니에서 나온 폐금을 매입한다는 의미다. 금니의 매입 가격은 꽤 높은 편이다. 9월 1일 기준으로 치아 전체를 금으로 씌운 골드크라운 금니는 최고 4만820원에 거래된다. 환자가 치과치료로 떼어낸 금니를 가져오지 않고 치과에 그대로 맡긴다면 4만 원 가량을 두고 오는 셈이 된다.

하지만 자기 치아에서 떼어낸 금니를 직접 판매하는 사람은 드물다. 떼어낸 금니 대부분이 주인인 환자의 손으로 가지 않고 치과에서 처리되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가 원한다면 금니를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피나 치아 조각이 묻으면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일부 치과병·의원은 돈을 벌고자 환자에게 금니 수령 의사를 묻지 않고 ‘알아서’ 처리한다.
치료하면서 떼어낸 금니도 판매가 가능하다. 최근 시세에 따르면 전문 처리업자에게 금니를 판매하면 보통 3만~4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동아일보]

100% 돌려받을 수 있다

금니 시술, 일명 골드크라운 시술은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가 상해 통증이 있거나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신경치료를 하고 떼어낸 부분을 금으로 씌우는 치료를 말한다. 귀금속인 금을 사용하는 만큼 치료비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5년 12월 30일 전국 385개 의료기관의 골드크라운 시술비를 분석한 결과 전국 최저가가 23만5000원으로, 같은 목적으로 쓰는 아말감의 평균 시술비가 8만 원대(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인 점을 감안하면 시술비 부담이 큰 편이다.

치료비가 비싼 만큼 환자가 금니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진료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치과에서 환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대학생 황모(26) 씨는 어릴 적 시술받은 금니에 문제가 생겨 치과병원을 찾았다. 치과병원 측은 기존에 사용하던 금니를 떼어내고 어금니 치료를 한 뒤 그에 맞춰 새로 금니를 씌웠다. 그러나 치과병원 측은 기존 금니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는 “친구가 치과에서 뺀 금니를 받아 3만8000원(3월 기준)에 팔았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금니를 환자가 받아 팔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치료받은 치과에서 기존 금니를 돌려주지 않았을뿐더러 금니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측의 공식 해명은 “원칙적으로는 치료할 때 금니를 제거하면 환자에게 어떻게 처리할지 묻게 돼 있다”는 것. 치협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환자에게 금니를 가져갈 것인지 의사를 확인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병원은 환자에게 묻지 않고 금니를 처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치과병·의원이 금니를 돌려주지 않는 이유는 폐금이 수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때문. 때로는 “법상 돌려줄 수 없는 경우”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적출된 치아는 ‘인체조직물’로 분류되며 치아 조각이나 피, 고름이 묻은 금니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의료폐기물은 환자를 치료한 치과병·의원이 처리하는 게 원칙. 치협 관계자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된 금니는 각 치과가 폐기물 중간처리업체를 통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폐기물 중간처리업체는 금니에서 인체조직을 떼어낸 후 폐금을 판매해 받은 금액 가운데 일부를 치과병·의원 측에 돌려준다.

그렇다면 치과의사가 적출한 금니를 의료폐기물로 분류할 경우 환자가 금니를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금니를 뽑을 때 치과병·의원 의사나 간호사에게 “금니를 내가 가져가겠다”고 확실히 의사를 밝힌 뒤 ‘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작성하면 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에서 ‘의료폐기물 중 인체조직물은 본인이 요구하면 인도해주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과병·의원 측에 ‘적출물 인수 동의서’ 양식을 달라고 해 작성하면 금니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양식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적출물 인수 동의서’. 이 문서를 작성하면 의료폐기물로 분류된 금니도 돌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매입가부터 확인하라

치과병·의원에서 금니를 받아도 이를 팔아 현금화하는 건 쉽지 않다. 금니는 다른 귀금속처럼 일반 금 거래소에서 쉽게 처분할 수 없다. 금니로 한 번 사용된 것은 100% 순금이 아닌 폐금이기 때문에 일반 금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술자에 따라 추출되는 금의 양이 달라질 수 있어 폐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아니면 금니를 제값 받고 팔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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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니에서 나오는 폐금이 워낙 소량이라 이를 제값에 사줄 폐금 전문 매입업체를 찾기도 어렵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송모(34) 씨는 금니를 팔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치과 치료 후 금니를 받아왔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온라인상 매입가는 보통 3만8000~3만9000원. 송씨는 오프라인 매장의 매입가를 확인하고자 ‘금니 매입’ 전단에 나와 있는 한 업체를 찾아갔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인터넷 매입가의 3분의 1 정도를 제시했다. 그 후 발품을 더 팔아봤지만 10분의 1을 제시하는 업체까지 나오자 인터넷 거래로 금니를 팔았다.

폐금 전문 매입업체 관계자들은 “판매할 때 인터넷 매입가를 먼저 확인하라”고 충고한다. 한 관계자는 “최근 금니에서 금을 추출하는 기술이 보편화하고 폐금도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매입업체가 생기고 있다. 불법 매입업체의 수법도 치밀해져 저울을 조작해 금니 무게를 단 다음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불법 매입업체에게 속지 않으려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업체들의 온라인 매입가를 상세히 살펴본 뒤 거래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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