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 주변 일요일 불법주차 좀 막아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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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車 인도 점령… 보행 불편… 무더위에 승용차 이용 신도 늘자
신고 민원도 평소의 두배로 껑충… 경찰은 집단반발 우려 단속 손놔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 종교시설 주변 도로에 교인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도심 종교시설마다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반발 등을 우려해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 종교시설 주변 도로에 교인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다. 도심 종교시설마다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반발 등을 우려해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촌. 왕복 5차로 도로는 일요일만 되면 양쪽 바깥 차선에 빽빽하게 주차한 차들 때문에 3차로로 변한다. 대부분 주말을 맞아 근처에 모여 있는 6개의 종교 시설을 찾은 교인들의 차다. 일부 차들은 아예 인도를 점령하면서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행인이 차도 2차로까지 돌아서 가는 위험한 광경도 보였다. 인근 주민 허모 씨(52·여)는 “식지 않은 차의 열기 때문에 도저히 길을 다닐 수가 없다”라며 “다 불법인데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단속이 안 된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회나 성당 등 도심 속 종교시설 근처의 불법 주차 문제가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양천구에 따르면 7월 들어 일요일의 교회 밀집촌 불법 주정차 신고 민원은 하루 평균 30여 건으로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근처에 있는 종로구 내수동과 도렴동의 대형 교회들 부근도 마찬가지다. 일요일만 되면 평소보다 더 심각한 이중삼중의 불법 주차가 이뤄진다. 서울경찰청 바로 앞 도로에 주차한 인근 교회 교인은 “날이 너무 더워 부모님, 아이들 때문에 교회 가까운 데를 찾다 보니 이곳에 주차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교회들이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을 고려해 전철역과 교회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불법 주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요일에 특정 지역과 교회를 오가는 80여 대의 대형 버스와 전철역과 교회를 10∼2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요일마다 영등포구에 평균 20건씩 불법 주차 신고 민원이 접수된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을 총동원 하고 있지만 교인들에게 강제할 수단은 없어 어쩔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경찰청은 2009년 ‘교통 운영 체계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공휴일 종교 시설의 주변 도로에 주정차를 허용하도록 하면서 종교 시설 주차난에 일부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이 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면서 이를 허용하지 않아 공휴일 종교 시설 주변 주차가 모두 불법이 됐다. 그런데도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을 하려면 한꺼번에 해야 하는데 교인들의 집단 반발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회가 자체 주차장을 확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교회가 학교의 주차장을 빌리거나 공휴일에 비는 상업 빌딩과 주차장 사용 협약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변수연 인턴기자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종교시설#불법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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