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아’ 8~9점 받던 평점 5~6점 급락,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13세에 ‘노아’에 대한 시로상을 받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성경 속 노아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150일간의 홍수와 방주의 모습을 영화에서 실감나게 재현했지만 노아의 내면적 갈등에 집중하면서 상당 부분 허구적인 설정을 도입해 성경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비기독교인과 덜 종교적인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는데 더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13세에 ‘노아’에 대한 시로상을 받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성경 속 노아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150일간의 홍수와 방주의 모습을 영화에서 실감나게 재현했지만 노아의 내면적 갈등에 집중하면서 상당 부분 허구적인 설정을 도입해 성경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비기독교인과 덜 종교적인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는데 더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노아’는 성경과 많이 다릅니다. 정확한 노아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면 성경을 보세요.”(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평점 댓글 중)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노아’를 두고 성경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국내 개봉한 영화 ‘노아’는 제작비 1억5000만 달러(약 1591억 원)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러셀 크로, 에마 왓슨, 앤서니 홉킨스 등 출연진이 화려한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인 22일 79만 명의 누적관객 수를 기록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이는 최근 1000만 관객을 넘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개봉 3일째 누적관객 76만7000명)보다 빠른 속도다.

그러나 개봉 전 주요 포털 영화 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8, 9점대의 평점을 받았던 이 영화는 개봉 나흘째인 23일 평점이 5, 6점대로 급락했다. 이는 노아의 방주에 대한 감독의 재해석을 기독교인 관객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평점 1점을 준 관객 중에는 영화의 성서 왜곡 문제를 지적한 이가 많다. 일부 기독교인은 영화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 “반기독교적인 뉴에이지 영화” “신앙을 위해 영화를 보려는 이들이라면 안 보는 게 낫다”는 평을 올렸다.

영화에 나오는 노아의 며느리는 큰아들 셈의 아내인 ‘일라’(에마 왓슨)뿐이다. 성경에는 세 며느리가 방주에 탔다고 기록돼 있다. CJ E&M 제공
영화에 나오는 노아의 며느리는 큰아들 셈의 아내인 ‘일라’(에마 왓슨)뿐이다. 성경에는 세 며느리가 방주에 탔다고 기록돼 있다. CJ E&M 제공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200자 원고지 20장이 채 되지 않는 창세기 6∼8장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2시간 20분짜리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허구의 인물과 설정을 도입했다. 감독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성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성서적이지 않은 영화”라고 밝혔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신의 계시를 받은 노아가 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만들고 인류의 존속을 위해 가족과 함께 들어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크로가 연기하는 영화 속 노아는 인간에 대한 완벽한 심판을 위해 자신과 자손까지 멸하려는 존재다. 영화에는 노아가 카인의 후예인 ‘두발가인’, 그리고 다른 가족들과 대립하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이는 모두 허구다.

또 극 중 노아가 방주를 건설할 당시 타락 천사를 암시하는 ‘감시자들’의 도움을 받는데 이 역시 지나친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뱀의 허물을 노아가 간직하다가 자손에게 물려주는 대목도 논란이 됐다. 기독교에서 뱀은 ‘사탄’을 상징한다. 영화 ‘노아’를 관람한 한 목사는 “성경과 완전히 다른 제3의 이야기”라며 “고증이 안 된 영화로 인해 성경을 모르는 사람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8일 미국 개봉을 앞둔 ‘노아’는 미국에서 기독교인과 유대인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을 때도 성서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감독의 의지대로 재편집 없이 개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문인협회장을 지낸 소설가 현길언 씨는 “성경을 소재로 의미를 재생산한 작품에 대해 기독교적이냐 아니냐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특히 이 문제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비평해야지, 소재적 차원으로 비평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