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 이름 팔지말라” 경고에도… 친박 유기준 출마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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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자중지란… 계파분화 치닫나

새누리당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할 원내대표 경선이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부터 자중지란에 빠졌다. 4·13총선 참패에 이어 계파 분화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 친박 핵심의 ‘친박 용퇴론’

28일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공개적으로 ‘친박 용퇴론’을 폈다. 총선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친박 용퇴론’이 나온 직후 원내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강행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유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친박계 좌장이 친박계 후보를 비토하고 나선 것이다.

최 의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인 유 의원과 홍문종 의원을 불러 ‘총선 민심을 받든다는 차원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계파색이 옅은 분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 당내 화합도 이루고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를 수용했으나 유 의원은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최 의원이 ‘유 의원 비토’라는 강수를 둔 것은 유, 홍 두 의원이 최 의원의 조율 속에 ‘역할 분담’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전날 “나는 원내대표 경선에, 홍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때 친박계였던 한선교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친박 후보를 자처하는 두 분 중 한 명은 원내대표, 한 명은 전당대회 후보로 나눠 먹기 합의를 했다니 경을 칠 일”이라며 “최 의원의 비판(친박 용퇴론)은 옳지만 최 의원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내가 두 의원을 단일화시킨 것처럼 알려진 것은 완전히 틀린 얘기”라며 “다음 달 1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일까지 유 의원의 불출마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청와대의 의중도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또 한 자리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하려면 결국 친박계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성난 민심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이젠 ‘탈계파 경쟁’

친박계가 나서면 원내대표 경선 결과의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 튄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치른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최 의원은 8표 차로 신승했다. 2014년 이후 국회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계가 모두 패했다. 만약 이번에도 친박계 후보가 진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7, 8월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원내대표 자리를 비박계에 내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최 의원 측은 “친박계는 자중하라는 여론에 따라 최 의원이 용퇴론을 선언한 것인데, 이를 당 대표 출마를 위한 꼼수라고 한다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당선자 워크숍에서 자신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지인들을 만나 “공천에 관여하지 않은 내게 공천 책임을 묻는 건 억울하다. 당분간 당내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에서부터 ‘친박 용퇴론’이 나오자 원내대표 후보군인 나경원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나 의원 측은 “정 당선자는 사실상 친박계가 아니냐”며 자신만이 ‘계파 청산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이 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치러진 19대 총선 당시 나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에서 나 의원 대신 정 당선자가 공천을 받기도 했다. 정 당선자는 “나는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모신 이후 계파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며 ‘중립 성향’임을 강조한다. 총선 참패 이후 새롭게 등장한 ‘탈(脫)계파 경쟁’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청와대#친박#유기준#출마#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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