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최고수준 지원… 新산업투자 ‘마중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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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성장분야 육성 방안

정부가 28일 신(新)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예산·금융을 망라한 대규모 정책패키지를 내놓은 것은 서둘러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지 않고선 한국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란 절박함에서다.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 업종들은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랐다. 식어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해선 신산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신산업에 패키지 지원


정부의 이번 대책은 파격적인 세제 지원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신약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 사내유보금은 710조 원에 달한다. 세계 각국이 신산업 R&D 투자에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됐다. 미국은 청정에너지 R&D 예산을 5년 내에 2배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R&D 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중국 역시 R&D 비용의 150%를 소득공제하는 등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신성장 육성 세제’를 만들어 세법상 최고 수준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신산업 분야에 대한 R&D 세액공제를 최대 30%까지 적용한다. 신산업 분야의 기술을 사업화하는 시설을 만들 경우 투자 금액의 최대 10%(중소기업 10%, 중견·대기업 7%)까지 세액을 공제한다. 임상 1상과 2상 단계에서만 적용됐던 신약개발 R&D 세액공제 대상은 국내에서 연구 중인 3상 단계까지 확대 적용한다.

예산·금융 분야의 지원도 뒤따른다. 1조 원 규모로 ‘신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해 정부와 기업이 투자 리스크를 분담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5000억 원을 출자하면 민간자금 5000억 원을 보태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문화·콘텐츠 등 신성장 분야에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80조 원을 공급한다. 정부는 상반기(1∼6월)에 ‘선택과 집중’을 위한 신산업의 옥석을 가려낼 계획이다.

○ 재계 “미래 먹거리 연구에 도움” 환영


정부의 ‘신산업 투자 패키지’에 재계 및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로선 정부의 인위적인 조치 없이는 기업이 스스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센티브가 클수록 기업의 투자 효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IoT, AI 등 미래 신사업은 기업마다 투자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리스크가 워낙 커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신산업 육성 펀드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리스크를 분담하고 세액공제 등 혜택을 준다니 기업별로 신성장동력 투자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역할이 투자 여건 조성을 넘어서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이어질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스타트업, 벤처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에 공감하지만 정부는 (간섭 않고) 마중물 역할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조조정 후속조치 착수

정부는 이날 ‘4·26 구조조정 방안’을 뒷받침하는 세제·금융지원책도 내놓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분할합병이 발생할 경우 과세이연(납부 연기)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합병에 따른 중복자산 양도 시 과세특례 요건도 완화했다. 구조조정 실탄 확보를 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방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국책금융기관에 인력 및 조직개편, 자회사 정리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펼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장 안정 방안도 추진된다.

구조조정으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조기집행 카드’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상반기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집행 목표를 275조2000억 원으로 상향조정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5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하반기(7∼12월)에도 중앙·지방정부의 연간 재정집행률을 전년 대비 끌어올릴 방침이다. 상반기에 재정집행이 확대된 부분은 공기업 투자 확대와 지방자치단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보강할 방침이다. 다만 중앙정부 차원의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밖에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조치를 내년 7월 말까지로 1년 연장하고, 디딤돌대출 지원 등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주택 매매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정책도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 등 산업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고 당면한 경기 하방위험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박민우 /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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