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스패닉 투표장 끌어내기… 공화당은 냉가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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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개혁 행정명령’ 둘러싼 속내
불법체류 구제 상당수가 히스패닉 민주 지지자 많지만 투표율 낮아
오바마, 2016대선 앞두고 ‘선물’
공화, 중간선거때 구애작전 효과… 이민개혁 원칙엔 대놓고 반대못해

오바마 이민개혁 행정명령 왜?
미국 메릴랜드 주 록빌 시에서 조경업에 종사하는 멕시코 출신 페드로 에르난데스 씨는 이달 4일 중간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 뒤 기자에게 “이전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이민개혁은 추진하되 행정명령은 망설였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공화당의 반대에도 행정명령 카드를 꺼내든 진짜 이유는 뭘까. 워싱턴 정가에선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잠재력에서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추방이 3년간 유예된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약 500만 명 중 상당수는 멕시코와 중남미 출신인 히스패닉이다.

통계분석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2일 NBC와 CNN의 2010년 이후 선거 출구조사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는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중간선거 당시 2130만 명이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올해 중간선거 시점에선 2520만 명으로 4년 새 390만 명이 증가했다. 이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10.1%에서 11%로 0.9%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히스패닉 유권자는 늘고 있지만 정작 투표장으로 나오는 비율은 별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투표율은 서서히 줄어 2010년 중간선거에선 31.2%에 그쳐 백인(48.6%) 흑인(44.0%)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거꾸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 지지층으로 만들 수 있는 ‘정치적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주 지지층인 히스패닉을 투표장에 더 끌고 나오려고 행정명령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퓨리서치센터의 히스패닉 담당 선임연구원인 제프리 파셀 박사는 22일 분석 보고서에서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히스패닉을 누가 얼마나 끌고 오느냐가 대선 등 향후 선거에서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 전 미국 내 히스패닉 이익단체들이 그토록 요구하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망설인 게 민주당의 중간선거 참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012년 대선과 함께 열린 중간선거에선 히스패닉 유권자 중 68%가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올해 중간선거에선 6%포인트 떨어진 62%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그동안 ‘리브레(Libre) 계획’ 등 당 조직을 활용해 히스패닉에 구애작전을 펼쳤던 공화당 지지율은 거꾸로 올라갔다. 2012년 중간선거에선 30%였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선 36%로 6%포인트 증가한 것. 공화당이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소 카드까지 거론하며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반대하지만 이민개혁의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도 이런 추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뒤 연일 히스패닉에 대한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21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덴솔 고교에서 이민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한 데 이어 22일 주례연설에서는 “이번 행정명령 조치로 이민 시스템을 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히스패닉#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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