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삭감” “250억만”… 30분만에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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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사 시한 일주일 앞으로]국회, 정부안서 1조3000억 감액

예산조정 ‘소소위’까지 가동 여야는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보류된 쟁점 항목에 대해 여야 2명씩으로 구성된 ‘소소위원회’를 가동시켜 심사를 진행했다. 오른쪽 두 번째 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새누리당 김진태 이현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박완주 의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예산조정 ‘소소위’까지 가동 여야는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보류된 쟁점 항목에 대해 여야 2명씩으로 구성된 ‘소소위원회’를 가동시켜 심사를 진행했다. 오른쪽 두 번째 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새누리당 김진태 이현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박완주 의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국회의 힘이 정말 세졌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 동안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막바지 단계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활동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산안조정소위는 16일 첫 회의 이후 일주일 동안 376조 원의 내년도 예산안 중 감액 규모를 1조3000억 원 정도로 확정했다. 14개 상임위 소관의 49개 부처 예산 중에서 상임위 단계에서 감액을 요청한 1조600억 원에 더해 예결특위가 삭감한 예산만 2000억 원이 넘는다.

여야는 이번 주말(22, 23일)에 보류된 126개 사업을 다시 분류했다. 이 중 47개는 확정하고, 57건은 간사 위임 항목으로 결정했다. 다시 보류된 22건의 심사 결과가 끝나면 최종 감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예결특위는 정부안에서 1조8800억 원을 삭감했다.

○ 1년 예산 2주일 만에 ‘졸속심사’ 우려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마다 전담 ‘마크맨’을 붙여놓았다. 잠시 한눈팔면 수백 개의 사업 예산이 날아가는 만큼 일대일로 붙어서 예산 항목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산안조정소위에 처음 배치된 위원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다. ‘신참’이다 보니 정부 측 설명을 듣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산실 직원들은 예산안조정소위 회의 현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19일 국토부 예산안 삭감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국가 하천 유지관리 사업 예산에 대해 “300억 원을 깎자”고 제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300억 원(삭감)까지는 힘들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원은 “엄청 봐주고 있는 거다”며 으름장을 놨다. 결국 국토부는 ‘250억 원 삭감’으로 수정 제안했고, 소위에서 그렇게 확정됐다. 불과 30여 분도 걸리지 않았다.

18일 통일부 통일준비위원회 관련 예산 심사에선 통일부 차관이 여야 위원들과 예산 삭감 액수를 흥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예결특위 회의에선 6억2500만 원을 삭감하자는 의견이 소위에 올라왔지만 홍문표 예결특위 위원장은 “5억 원 깎아서 해보라”고 제안했다. 여기에 차관이 “(감액을) 4억 원으로 해주시면…”이라고 하자 홍 위원장은 “여기는 흥정을 하는 데가 아니다”고 말을 자르기도 했다.

○ 깜깜이 ‘증액심사’ 구태 반복 우려

이번 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재부 관계자와 ‘비공개’로 증액심사에 돌입한다. 매년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 증액심사 과정에서 슬그머니 포함되면서 논란이 거듭됐지만 올해도 증액심사는 비공개로 이뤄질 예정이다. 회의 장소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어떤 과정으로 예산이 증액되는지 알기 힘들다.

한 소위 위원은 “증액 과정이 공개되면 이해 당사자의 로비가 빗발쳐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가 없다”며 “제한된 시간에 심사를 마쳐야 하다 보니 회의의 효율성을 위해 소위 의결을 거쳐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액심사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다 보니 이른바 ‘쪽지·카톡예산’을 근절하겠다는 여야 의원들의 말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졸속 심사를 막기 위해 여야는 지난해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예결특위의 상임위화’ 방안 등을 내놨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예산안 심사#국회#예산안 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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