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분기 연속 0%대… 다시 갇힌 ‘低성장 터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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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에도 0.9%… 魔의 1% 못넘어, 수출은 2.6%줄어 금융위기후 최악
대외경제 불안-엔약세가 발목잡아… 최경환 “경기회복에 시간 더 필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한국 경제가 수년째 분기별 성장률 1%라는 ‘마(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이나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이제는 0%대 저성장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7∼9월)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9%로 4개 분기 연속 1%에 미치지 못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내수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고,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제조업 생산이 이례적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 “4분기도 1%대 가능할지 확신 못해”

2010년 6.5%의 깜짝 성장률을 보인 한국 경제는 2011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 행진을 이어갔다. 1·2차 오일쇼크나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등 그 어떤 위기보다 오래 이어진 침체기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경기가 저점을 탈출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마중물이 더해지며 1%대 초반 성장률을 간신히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비 및 투자 부진과 세수 감소, 세월호 참사 등의 악재가 중첩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0%대 저성장의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분기별 성장률 1%’는 한국 경제에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 이상이 되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연간 4%의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약간 무리해서 4.0%로 잡은 것도 2011년 이후 수년째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를 어떻게든 본궤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분기(0.5%)보다 반등한 것은 맞지만 1%를 못 넘은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전반적으로 하방리스크가 많아 올 4분기도 1%를 찍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3분기 수출 증가율은 ―2.6%로 2008년 4분기(―4.3%)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 생산 역시 0.9% 줄어 2009년 1분기(―2.4%)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 같은 지표의 악화는 대외경제 불안과 엔화 약세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기업의 수출이 흔들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日 엔약세 활용땐 우리 수출 더 어려워질 것”


1%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앞으로도 그리 밝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경기가 회복 궤도로 복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록 3분기 성장률이 1분기(0.9%)와 수치상으로는 동일하지만 2분기 기저(基底)효과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정부의 재정 지출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민간의 자생적인 경기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의 영향은 극복한 것 같은데 전반적인 회복의 힘은 오히려 상반기보다 약하다”며 “2분기에 경기가 위축된 걸 고려하면 3분기 수치가 더 높게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엔화 약세를 수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우리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이 국회를 통과해 제대로 효과가 나야 뭔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금융위기#한국경제#국내총생산#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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