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연구소 한번 와주십시오”… “투자한다면 언제든지 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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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文대통령, 4대그룹 총수등과 靑산책

최태원 회장 발언 들으며 메모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마이크 든 남성)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혁신 
성장을 위해선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적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태원 회장 발언 들으며 메모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마이크 든 남성)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혁신 성장을 위해선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적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후 가진 주요 기업인들과의 경내 산책 도중 이렇게 말했다. 바로 옆에서 걷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라고 하자 즉석에서 화답한 것. 오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쁨’ 상태였던 미세먼지 속에서도 25분간 진행된 산책은 올해만큼은 경제 활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행사였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간 이날 산책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물론이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함께했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이들 손에는 청와대에서 준비한 커피를 담은 보온병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 文 반도체 질문에 李 “이제 진짜 실력”
문 대통령은 반도체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럴 때일수록)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최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라고 했고 이 부회장은 평소 절친한 사이인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 버렸네”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 전망에 대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한 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라고 답했다.

남북 경협도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고문을 받고 있죠”라며 운을 뗀 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은 재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치며 현 회장에게 “(한반도 문제 해결의) 속도를 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文 “건강 관리는 포기” 농담도

이날 산책에서는 간간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서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못 하는 거다. 그냥 포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서 회장이 “대통령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전문가들은 부작용 때문에 약을 잘 안 먹는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재계 총수들끼리도 편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는 김수현 정책실장의 말에 이 부회장은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며 자연스럽게 구 회장의 설명을 유도했다. 구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산책은 행사장인 영빈관을 출발해 본관 소나무길을 거쳐 녹지원을 거치는 코스였다. 마치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참모들과 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경내 산책을 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4대그룹 총수#청와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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