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KTX, 선을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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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바꿔주는 장치 또 고장나고 고장 감지 케이블은 거꾸로 연결
개통 1년 된 강릉선 황당한 탈선, 코레일 ‘人災’… 3주새 사고 10건

강릉서 출발 5분만에… 레일 튕겨나간 열차 8일 오전 7시 35분경 서울로 가던 강릉발 
고속철도(KTX)-산천806호 열차가 강원 강릉시 운산동 남강릉 분기점 인근에서 탈선했다. 이번 사고로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는 10일부터 강릉발 서울행 열차 운행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강원일보 제공
강릉서 출발 5분만에… 레일 튕겨나간 열차 8일 오전 7시 35분경 서울로 가던 강릉발 고속철도(KTX)-산천806호 열차가 강원 강릉시 운산동 남강릉 분기점 인근에서 탈선했다. 이번 사고로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는 10일부터 강릉발 서울행 열차 운행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강원일보 제공
개통한 지 1년밖에 안 된 고속철도(KTX) 강릉선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났는데 이를 통제소에 알려주는 케이블이 엉뚱한 곳에 꽂혀 있었다. 열차가 끊긴 상태나 다름없는 선로로 멈추지 않고 들어선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철도는 최근 3주 사이 10건의 사고가 터졌다. 1964년 개통된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개통 후 지진에 의한 2건을 제외하고 탈선 사고가 없었던 점과 대조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 35분경 승객 198명을 태운 강릉발 서울행 KTX-산천806호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직원 1명 등 16명이 부상했고, 강릉선 KTX 통행이 양방향 모두 주말 내내 중단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선로전환기 회선이 잘못 연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사고 지점인 남강릉 분기점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열차를 강릉차량기지로 보내는 ‘21A’, 서울로 보내는 ‘21B’ 등 두 개가 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이 사고 직후 조사한 결과 21B에 꽂혀 있어야 할 케이블이 21A에, 21A용 케이블은 21B에 꽂혀 있었다. 코레일 측은 사고 직전 21A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떠서 이곳으로 점검을 나갔는데 실은 21B가 고장 나 있었다. 열차는 ‘정상 진행’ 신호가 뜬 21B 선로전환기를 이용해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다 탈선했다. 국토부 측은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선로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고, 열차는 이곳을 통과하다 사고가 났다”고 했다. 사고를 감지하는 케이블이 언제 왜 바뀌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8일 오전 KTX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강릉선 남강릉분기점. 사고 당시 서울 방향 B 선로전환기(주황색)가 고장나 있었지만, A와 B 선로전환기에 신호를 공급하는 케이블이 엇갈려 꽂혀 있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들은 강릉차량기지와 연결된 A 선로전환기(파란색)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고장나있던 B 선로전환기에 대해 A 선로전환기의 고장나지 않은 상태가 열차에 전달됐고, 열차는 그대로 직진을 하다 탈선을 일으켰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계정 캡쳐
8일 오전 KTX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강릉선 남강릉분기점. 사고 당시 서울 방향 B 선로전환기(주황색)가 고장나 있었지만, A와 B 선로전환기에 신호를 공급하는 케이블이 엇갈려 꽂혀 있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들은 강릉차량기지와 연결된 A 선로전환기(파란색)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 고장나있던 B 선로전환기에 대해 A 선로전환기의 고장나지 않은 상태가 열차에 전달됐고, 열차는 그대로 직진을 하다 탈선을 일으켰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계정 캡쳐

KTX 탈선은 2011년 2월 11일 경기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후 7년 만이다. 당시에도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열차가 탈선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2011년 광명역 탈선 사고와 판박이”라며 “유지보수 과정에서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잘못 건드린 것인지, 시공 때부터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런 실력으로 남북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는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사과했다.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 작업을 끝내고, 추가 점검을 거쳐 이날 오전 5시 30분 강릉발 서울행 첫차부터 강릉선을 정상 운행할 계획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서형석 / 강릉=이인모 기자
#나사 빠진 ktx#강릉선 황당한 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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