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건강문제 관심 쏠릴때 지방의회는 SOC 논의 몰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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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슈맵]‘지자체 이슈’ 본보-선관위-폴랩 분석

“먼저 도민 여러분께 보건복지위원회의 북유럽 연수와 관련해 진심으로 죄송스럽단 말씀을 드립니다.” (2015년 6월 8일 경기도의회 회의록)

그해 5월 20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 환자가 확인된 데 이어 6월 1일 사망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전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최초 감염자를 비롯해 경기 평택시에서만 총 40명의 메르스 환자가 확인됐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10명이 사망자 발생 다음 날(2일) 해외 연수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도의원들이 부랴부랴 귀국 일정을 앞당겨 8일 상임위를 열었지만 현안보고에 이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촉구 결의안’을 의결한 게 전부였다. 앞서 7일 평택과 수원, 용인, 안성, 화성, 오산, 부천지역 내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대해 강제 휴교령이 결정된 뒤였다.

○ 유권자와 괴리된 지방의회

3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지방의회의 모습은 유권자 기대와 피선거권자 인식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아일보와 서울대 폴랩(pollab) 조사 결과 최근 5년 동안 광역자치단체 관련 기사들 가운데 ‘메르스’와 ‘조류독감’이 상위 20위권 이슈로 다뤄진 광역단체는 총 17곳 중 각각 9곳, 8곳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단체의 절반에 달하는 지역에서 메르스나 조류독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는 얘기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총 244곳 가운데 68곳에서 ‘조류독감’이 상위권 이슈로 다뤄졌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 의회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전국 광역의회 회의록에서 ‘메르스’나 ‘조류독감’을 비롯한 보건 이슈 논의가 상위 20위권에 들어간 지방의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메르스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도만 들여 봐도 유권자와 지방의회 사이의 인식 차는 뚜렷했다. 경기도 관련 기사에서 ‘메르스’는 전체 이슈 중 4위(1345건)에 올랐지만, 경기도의회에선 메르스가 상위 20위에 들지 못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유권자들의 보건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지방의회는 SOC 건설처럼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는 이슈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이나 출마자들이 보건 이슈를 틈새시장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서울시민 최대 화두는 ‘박근혜 탄핵’

각 지역 유권자들마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핵심 이슈가 다양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매년 봄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중국과 가까운 수도권과 서해안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실제로 광역단체 관련 기사에서 미세먼지 이슈가 언급된 순위는 서울(6위) 경기(17위) 인천(35위)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영선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미세먼지 대책을 집중 제기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서울시민들 사이에서 미세먼지를 압도한 화두는 ‘박근혜 탄핵’이었다. 서울 관련 기사에서 촛불집회와 탄핵반대 집회가 열린 장소였던 ‘서울역’(4103건)과 ‘서울광장’(3821건)이 인용 횟수 1, 2위를 차지했다. 박 시장이 최근 당내 경선과정에서 “촛불광장을 지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건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밖에 ‘저소득’이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지역은 광역단체에선 인천(20위), 기초단체에선 경기 용인시(8위)와 부산 남구(8위)로 각각 조사됐다. ‘청년수당’은 서울에서만 기사 인용 빈도(23위)가 유독 높았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100위권 밖으로 나타났다.

▶ 우리 동네 이슈맵

김상운 sukim@donga.com·박성진 기자


#6·13 지방선거#지방의회#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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