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겨냥 “지나친 긴장격화로 우발충돌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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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엔 연설]北대표단 둘러본뒤 연설 시작 “6차 핵실험에 실망과 분노”

21일 오전 10시 45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장.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총회장 앞자리에 앉은 북한 대표단 등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취임 후 첫 유엔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을 향해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유엔 정신인 평화가 이른바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에 오른 자신의 소명이자 책무라고 역설하면서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북한이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고 강도 높게 규탄하면서 북한 대표단이 앉은 오른편에 시선을 고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으로 동북아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 다자간 안보 협력 강조

이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세르비아, 아이티 정상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약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0차례 언급됐다. 이어 ‘전쟁’이 11차례, ‘제재’가 4차례, ‘대화’ 3차례 순이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추가 도발 위협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를 언급하며 한반도 주변 긴장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 등 구체적 대북 해법보단 평화적 해결 원칙에 집중한 것이다.


특히 유엔 총회 기간 줄곧 북핵 문제의 ‘근원적·포괄적 해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이를 위해 동북아 안보협력체 구상을 제시했다. 유엔의 중재로 남북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주요 당사국들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처럼 다자 안보협력체를 구성해 북핵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것.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공동성명에 담긴 동북아 안보 협력 증진 구상을 구체화한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경제비전 등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지면서 다른 한 축으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세계 각 지역에 안보협의체가 있는데, 가장 긴장도가 높은 한반도 주변에 그런 협의체가 없는 것은 문제”라며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등과도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며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우회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언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 “北 추가 도발하면 새로운 조치 모색해야”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 ‘제재와 압박’을 강화한다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도 재천명하며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모든 나라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오찬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실효적 이행 방안과 함께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논의할 추가 대북 제재를 조율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한국군의 자체 방위능력 강화를 위한 첨단 무기 및 기술 도입과 함께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도 협의했다.

뉴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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