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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은 문 대통령을 ‘노무현 버전2’로 의심 文, 힘들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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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은 문 대통령을 ‘노무현 버전2’로 의심 文, 힘들어질 것”

허만섭 기자 입력 2017-08-19 09:01수정 2017-08-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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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은 서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국정자문단 공동위원장을 지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최근 만나 긴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해윤 기자]


8·15 경축사의 함의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한국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한국 대통령으로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그렇게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은 말 폭탄 공방을 벌이는 미국과 북한을 어느 정도 자제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 같다. 다만,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미국으로선 문 대통령의 단정적 표현에 다소 불편한 심기를 갖게 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미 간 합의를 자꾸 어겨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북한 핵 책임론’을 길게 설명했다. ‘북핵사(史)’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므로, 이 부분은 질문 없이 그의 답변을 소개한다.


“북한 핵 문제는 1990년대 초에 발생했어요. 북한이 핵 카드 꺼내 들기 전에 미국에 진지하게 접근했어요. 그때가 공산체제가 무너지고 소련이 한국과 수교하니 북한은 불안해진 거죠. 남북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했고 한반도 비핵화에도 협조했죠. 그래도 불안해서 유엔에도 가입했어요. 이 세 가지를 1991년 말에 다 끝내요.

‘북핵사(史)’에 관한 새로운 관점

이어 1992년 1월 21일 김일성은 노동당 국제비서인 김용순을 미국 뉴욕으로 보내 아널드 켄터 미국 국무부 차관을 불러내죠. 거기서 김용순은 충격적인 제안을 하죠. ‘북-미 수교만 해주면 주한미군 철수 요구하지 않겠다’고요. 왜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를 원했는가? 북한은 유엔 가입으로 두 개의 코리아를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았어요. 미국과의 수교로 두 개의 코리아를 군사적으로까지 약속받고 싶었던 거죠. 이때 미국이 북한과 수교했다면 북한 핵 문제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좌우간 북한이 그렇게 수교를 간절히 요청했는데 조지 H W부시 미국 대통령은 ‘노(NO)’라고 했죠. 더 나아가 미국은 1992년부터 ‘빡세게’ 대북 핵 사찰을 시작합니다. 특별 사찰을 요구했어요. 특별 사찰은 아무데나 막 뒤지겠다는 거죠. 북한은 ‘미국이 우리의 목을 조르는구나. 그렇다면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카드인 핵 개발로 미국에 맞서자’라고 결심한 거죠. 북한은 1993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합니다. 이게 북한 핵 문제의 시작이에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했어요. 현명한 판단이었죠. 한국 김영삼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은 북-미 비밀접촉을 개시했어요. 틀이 짜이니까 제네바로 들고 갑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1994년 10월의 ‘북-미 간 제네바 기본합의’죠. 내용은 간단해요. ‘북한은 영변 원전 가동을 중지한다. 미국은 중지 3개월 내에 북-미 수교 협상을 개시한다. 북한에 영변 원전 발전량의 400배에 해당하는 전기를 제공한다.’

비극의 출발점

그러자 북한이 핵 활동을 중지합니다. 한 달 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이 됩니다. 이 사건이 ‘북한 핵’ 비극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죠. 클린턴 행정부는 의회 권력을 잃게 되자 ‘3개월 내 북-미 수교 협상 개시’라는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없게 됐어요. 공화당이 사사건건 반대했으니까요.

이렇게 미국이 사실상 합의를 어겼지만 북한은 미국을 기다렸어요. 막대한 양의 전기를 얻는 것도 큰 이득이니까요. 1997년부터 북한에 제공할 전기를 생산할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경수로 공사가 시작됐어요. 이 공사는 2002년까지 진행됐죠. 이 동안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장난을 안 쳤어요.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 측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폭탄을 개발한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어요. 그러자 북한은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KEDO의 원전 공사를 중단시켰죠. 한국은 막대한 돈만 대고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것이고요.

경수로 사업 중단 후 북한은 핵 활동을 재개했어요. 그러자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6자회담’을 만들어 북한을 불러들이죠. 그 결과로, 2005년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로 복귀하는 대신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을 약속한다’는 9·19 공동성명이 나옵니다. 북한 핵 문제가 이제 해결되나 했어요.

그러나 곧바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비자금 건을 들어 대북 제재를 시작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비자금이 2500만 달러밖에 안 돼요. 북한은 미국이 또 합의를 깼다고 보고 핵 활동을 재개했죠. 그로부터 1년 후에 북한은 핵 실험을 했어요. 북한 핵 문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거죠.

부시 정부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주겠다면서 또 협상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2007년 2·13합의를 만들어내죠. 그러나 미국 내에서 또 북한과 무슨 합의냐 하는 반대론이 나왔어요. 부시 정부는 임기 말이라 관철해나가지 못했죠.

“미국이 북-미 합의 자꾸 어겨”

이런 과정을 보면, 오히려 북한은 약속을 잘 지켰는데 미국은 약속을 잘 어겼고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그랬어요. 서부영화에서 백인은 어떤 짓을 해도 항상 착하게 그려지고 인디언은 죽어도 마땅한 거짓말쟁이로 그려지죠. 북한 핵 문제 처리에서 미국은 서부영화의 백인처럼 굴었고 북한을 서부영화의 인디언처럼 막 대한 것이죠. 반대급부 없이 압박을 통해서 북한 핵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착각이 오늘날 북한 핵 능력을 고도화시켰어요. 우리 언론도 미국이 약속 깬 부분에 대해선 보도를 안 했어요.

오바마 정부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8년 2월 29일 북한 비핵화와 수교 문제를 ‘패키지 딜’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거부하죠. 자기들의 ‘비핵개방3000’과 맞지 않다는 거죠. 이렇게 한국과도 손발이 안 맞으니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부터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거의 손을 놓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서죠. 아주 무책임하고 게으른 정책이죠.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곧 붕괴하니 통일을 준비하자’는 통일 대박론으로 북한 목 조르기를 시도하죠. 그러는 사이에 6자회담도 없어졌죠. 회담이 유용한 게, 적어도 회담이 지속되는 동안엔 핵·미사일 실험을 한다든지 도발을 안 해요. 결국, 북한은 5차 핵실험까지 했고 미국까지 핵을 날릴 상황이 됐어요.

이렇게 북한 핵이 고도화된 것은 1차적으로 북한 책임이지만 2차적으로 미국 책임도 적지 않아요. 미국이 합의한 대로 이행했으면 북한이 지금의 핵을 안 가졌을 겁니다. 미국은 북한이 반발하도록 만들고, 북한이 반발하면 또 제재하고 그랬죠. 그러면서 북한 핵이라는 화마(火魔)를 이렇게 키운 거죠.”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때리나”

정 전 장관의 길지만 새로운 관점의 역사 강의를 들은 뒤, 기자는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된 최근의 현안을 화제에 올렸다. 이제는 정 전 장관의 페이스대로 가기보다는 속도감 있게 질의응답을 진행하고자 했다.

▼북한은 지금 실전배치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나요?

“실전배치란 사거리 1만2000km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뒤 미국 본토의 목표 지점에 떨어뜨려 제대로 폭발하게 하는 것이죠. 이것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해요. 미국은 여기까지 가기 전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야 됩니다. 북한의 DNA상, 압박만 해선 협상에 나오지 않아요.”



▼북한은 그 핵무기를 한국에 쓸 수도 있나요?


“그럴 걱정을 우리는 하죠.”

▼그게 지금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술적으로? 그러려면 사거리 300km 정도 되는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야겠죠. 그런데 그렇게 비싸게 만든 핵무기를 한국에 쏴서 무슨 반대급부를 받아낼까요? 공산화하려고? 한국 초토화하고 사람들 다 죽이고 방사능 피폭자 만든 다음에 여기 와서 통치한다? 통치가 되겠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니까 미국의 북핵 정책사(史)를 보면, 미국인들은 ‘자기충족형 판단’을 많이 합니다.”

국방예산 위해 전쟁 발언?

편한 대로 생각한다?

“서부영화라니까요. 북한 사람들이 같은 한국인이지만 우리보다 훨씬 독종입니다. 가진 게 없기 때문이죠. 가난한 사람이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패악을 부리기 시작하면 부자나 중산층은 어쩌지 못해요. 북한은 중·소 분쟁 때도 벼랑 끝 전술로 중국과 소련 양쪽에서 다 뜯어냈어요. 그런 추억을 갖고 있어요. 약자의 공갈 외교에 능수능란하죠.”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미국 대통령도 말하는 상황인데, 예방전쟁이라든지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이 가능하다고 보나요?

“9월부터 미국 의회가 내년 정부 예산 심의에 들어가 확정합니다. 미국 정부 쪽에서 북한 선제공격 발언이 나오는 건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국방 예산, 주한미군 예산, 태평양사령부 예산 안 깎여야 하잖아요. 미 군부로선 북한이 도발할 수 있게 자극을 줄 필요도 있죠. 미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 해법이 있다고 말하면서 헷갈리는 메시지를 보내요. 외과수술형 공격이건 예방전쟁이건 간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에 대해 행동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요?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연세대학에서 자서전 한국어판 출판기념회를 했죠. 저도 조금 안면이 있어서 갔죠. 그때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북한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죠. 그러나 페리가 이렇게 말해요. ‘내가 1994년 미국 국방장관으로서 북한 영변을 폭격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당시엔 영변밖에 핵 단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북한의 반격에 의한 확전으로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서 실행하지 못했다. 북한 공격에 돈이 엄청 들어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1994년보다 사정이 훨씬 안 좋아요. 10~20개의 북한 핵무기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때린다는 건가요? 북한 공격은 상상의 세계에서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이야기죠.”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때려.”

“중국이 이슬 먹는 풀벌레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쏘아 올리는 데는 위치가 노출되어 있지 않나요?

“북한이 요즘엔 미사일 발사대도 이리저리 옮겨요. 최근엔 중국 근처 자강도까지 갔어요.”

미군이 북한의 핵심적인 핵·미사일 시설을 폭격하더라도 김정은은 확전 시 자신의 안위도 위험해지니 폭격을 맞은 채로 가만히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좋죠. 그게 트럼프가 바라는 바일 겁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북한 내에서 지도자로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한국에 보복할까요?

“보복하죠. 한국에 보복해 확전되면 우리가 정말 죽는다고 판단할 수 있으면 지금 저런 짓을 안 하죠.”

중국의 한 관영매체는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상황에 따라 중국군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요.

“정치는 그런 게 아니죠. 전쟁도 정치죠.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 김정은만 없애자’고 타협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김정은만 제거한 후 북한에 친중 정권을 만들어주겠다’고 중국을 달랜다고 쳐요. 중국이 ‘이슬 먹고 사는 풀벌레’인가요? 중국이 ‘아, 참 고맙네’ 그럴까요? 미국의 약속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면 중국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까요?

“그냥 북한을 자기 영토로 만들려 하겠죠. 미국한테 무엇인가를 승인받고 할 필요가 없죠.”

북한 핵·미사일 이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배치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1년 이상이 걸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그 직후 북한이 ICBM을 쏘자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그러나 얼마 뒤 국방부는 사드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설치하겠다고 했다. 사드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DJ와 盧·文 달라”

정세현 전 장관은 “대선에서 당선된 뒤 사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가장이 가족 먹여살리려 아등바등 장사하는 모습이 연상된 다”고 평했다.[박해윤 기자]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했죠.

“차기 정부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고 국회비준동의까지 받겠다고 했어요.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사드 배치를 절차적 정당성이나 국민적 동의의 미비를 이유로 지연시키거나 사실상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죠. 저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왔을 거예요. 많은 사람은 사드가 사실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감시 압박용이라는 것을 알죠. 이런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를 찍었고요.”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이 되면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잦아들까요?

“중국은 자국을 위협하는 미군의 무기를 상쇄하는 장치를 동북3성에 실전배치했어요. 그런데 사드로 인해 동북3성이 미군의 손바닥 안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중국으로선 균형이 깨졌고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고 여기는 거죠.”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지금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구심이란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南北이 짝짜꿍한다?

“이게 ‘제2의 노무현 아니냐’ 하는 거죠. 그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는 다릅니다. DJ는 미국이 신뢰했어요. 내 짐작이지만 DJ가 박정희 정부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죽을 뻔한 걸 미국이 살려줬죠. DJ가 망명생활도 미국에서 했죠. 미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도 DJ에 대해 ‘저 사람은 우리 뒤통수를 칠 사람은 아니다. 자기 멋대로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신뢰했죠. 이런 신뢰가 있어서 대북정책에서 일하기 좀 편했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처음부터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안 가면 어떠냐?’ ‘사진 찍으러 안 간다’고 했죠. 미국은 문 대통령을 그 ‘버전2’라고 생각하니까 의심하는 거죠. 문 대통령 정부가 미국의 의구심 때문에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것 같아요.”

왜 문재인 정부가 힘들어질까요?

“미국으로선 트럼프 스타일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한쪽에서 바람이 새면 안 된다는 거지.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원유수출 금지에 동의했다면 그나마 조금 나았죠. 그러나 이게 안 되어 대북 제재에 뒷구멍이 뚫린 겁니다. 그러면 미국으로선 ‘한·미·일이 스크럼을 짜고 전면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한국마저 같은 민족이라고 짝짜꿍하면 대북 제재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압박을 통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이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만큼 미국은 남한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지 않나 예의주시할 거예요. 그런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야말로 고육지계(苦肉之計)로 ‘그런 조치’를 취해가면서 미국을 다독거리고 안심시킬 정치적 필요가 있었지 않나 생각해요.”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조치가 미국을 다독거리고 안심시킬 필요에서 나왔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실제로 정책을 하다 보면 합목적적으로 할 수만은 없어요. 불가피하게 타협해가면서 목적 달성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르고 길이 무너지는데….”

미국 안심시킬 고육지계?

그래서 문 대통령은 결국 사드를 배치할까요, 안 할까요?

“모르지. 국민 여론을 보고 결정할 것 같아요. 지금은 여론이 사드 배치를 지지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북한과 미국이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하다가 순식간에 확 돌아서서 협상 국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남북 간에도 화해 분위기가 돌 것이고 사드는 다른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대통령 말에 신용이 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나요?

“정치인의 말이 그대로 지켜진 경우를 봤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이 그대로 지켜졌나요?”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미 간 신뢰가 깨지고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맹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문 대통령이 고육지계를 쓴 것이라고 했죠. 정치는 생물이라는데, 국제정치도 생물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나요? 미국에 있나요?

“미국 트럼프의 DNA 때문에 그런 것이죠. 한국 진보 정권은 ‘어찌됐든 동맹은 동맹대로 유지하되 남북관계를 원활하게 발전시켜 전쟁 공포 없이 살자’는 대북 철학을 갖고 있어요. ‘미국도 북한을 너무 옥죄거나 압박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진보 정권의 대미정책이자 대북정책 기조죠. 이게 미국의 보수 진영에서 볼 때 말이 안 되는 거죠. 또한 자기네 국가에 도움이 안 돼요. 군산복합체 입장에서 문제를 봐야 합니다. 가장 쉽게 돈 벌 수 있는 게 무기 수출이에요. 무기 수출은 무기가 필요한 정세를 조장해야 가능하죠. 긴장관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무기 시장으로 훌륭한 역할을 해오던 땅에 평화가 오면 무기는 그만큼 안 팔리는 거예요. 군산복합체의 배후 공작도 작용한다고 봐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산복합체와 연관된 증거는 없죠.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의 기본 성향 상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자기 서클 안에 들어와 있는 나라들을 마음대로 휘둘러야 해요. 이명박 정부 같으면 문제가 안 생기죠. 먼저 알아서 해주니까요.”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주는 논리적 함정에 빠지죠. 지금 6자회담을 재개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여야 합니다. 전술핵을 갖다놓으면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죠. 미국이 갖다놓으려 해도 우리가 거부해야 되는 판이에요. 우리에게 전술핵이 있으면 북한은 그걸 능가하기 위해 핵무기를 더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전술핵을 어디에 둬야 하나요? 또한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동맹을 깨자는 이야기고요.”

“정의용 실장 중심으로 잘해와”

정세현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은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중국은 화내고 그러는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비교적 잘해왔다”고 총평했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를 제시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가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아등바등 장사하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호평했다. ‘베를린 구상이 대북 제재 국면과 맞지 않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정 전 장관은 “5년짜리 아이디어다. 당장 미사일 한 번 쐈다고 쓸모없게 됐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7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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