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뮤지컬’ 공연직전 국고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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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문체부 관계자들 “윗선서 지시해 공연 6일 전 체육기금서 긴급 지원”
朴대통령, 관람후 차은택 씨와 무대 올라 “이 공연이 문화융복합 첫걸음” 칭찬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되는 차은택 CF 감독이 2014년 제작한 융복합 뮤지컬 ‘원데이’에 공연 시작 6일 전 국고 1억7890만 원이 이례적으로 긴급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복수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 따르면 원데이 공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 부서에 “윗선의 뜻이니 차 감독의 원데이 공연에 지원금을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문체부 실무자들은 갑자기 예산을 마련할 수 없어 국고인 체육진흥투표권 공익사업적립금(이하 적립금)에서 1억7890만 원을 원데이에 지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지시에 우리도 황당했다”며 “급하게 지원하려다 보니 적립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적립금은 보통 한 달 전 결정해 지원한다”며 “공연 오르기 6일 전에 지원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국고 지원을 받은 원데이는 2014년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 공연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차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번 공연은 문화 융복합의 첫걸음”이라며 칭찬했다. ‘원데이’는 차 감독과 융복합예술축제인 파다프(PADAF)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소재로 연극과 무용, 국악, 영화 등 여러 장르를 융복합한 뮤지컬이다. 하지만 원데이는 이날 공연 이후 한 번도 재공연된 적이 없다.

 적립금은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기금으로 문체부 장관이 공익사업에 쓰도록 배정된 돈이다. 이 돈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체육 외 분야에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우상일 예술정책관은 “파다프 측에서 8월 8일 교부신청서를 제출했고 21일 지원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의 추진 사업인 융복합을 다룬 뮤지컬이라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선숙 파다프 조직위원장은 28일 “문체부의 지원금 신청과 박 대통령의 공연 관람은 전적으로 차 감독 측에서 진행했다”며 “파다프는 문체부에 국고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연계 역시 문체부의 원데이 공연 지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공연 제작사 대표는 “지원 신청한 지 2주 만에, 그것도 공연을 6일 앞두고 2억 원에 가까운 국고를 개인 창작물에 지원하는 건 명백한 특혜”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차은택#박근혜#원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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