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럽자금총책, 4000억 들고 잠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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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 국가서 20년간 자산 관리… 6월 두 아들과 사라져 北 체포 지시
감당못한 태영호 공사 망명한 듯… 제3국 체류하던 자녀 1명은 못 와

북한의 유럽 내 노동당 자금 총책이 올해 6월 400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갖고 잠적해 북한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한국 입국 사실이 공개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한 대북 소식통은 18일 “노동당 39호실 대성지도국 유럽지국 총책임자인 김명철(가명) 씨가 유럽의 한 국가에서 두 아들과 함께 6월에 잠적했고 극비리에 현지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씨가 관리하던 자금은 유로와 파운드, 달러 등을 모두 합쳐 4000억 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며 모두 들고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북한 사상 최대의 당 자금 탈취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개성공단이 가동될 때 북한이 1년 동안 남쪽에서 받은 돈이 9600만 달러(약 1062억 원)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북한 지도부가 크게 휘청거릴 만큼의 자금이 사라진 셈이다.

이 소식통은 “김 씨가 이동해 안전한 망명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에서 특수 요원들을 대거 파견했고, 유럽 내 전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혈안이 돼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도 김 씨를 망명시키기 위해 극비리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해당 국가에 20년 동안 살면서 북한의 유럽 내 자산 관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한의 유럽 내 자금 흐름을 잘 알고 있고, 김정은 일가가 유럽에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은닉해 오고 사치품을 조달하는지 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 북한 체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유럽 내 최고위급 외교관 중 한 명인 데다 김정은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해왔던 태 공사도 김 씨를 체포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 공사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본국 소환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망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태 공사의 가족 중 1명은 긴박한 탈출 과정에서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영국이 아닌 제3국에 체류하던 자녀는 아직 현지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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