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비행 명령한 이스타항공…무리한 운항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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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4일 0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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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항공기 MAX 8. (이스타항공 제공)© 뉴스1
이스타항공 항공기 MAX 8. (이스타항공 제공)© 뉴스1
지난 주말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제주 및 부산지역 항공 운항편이 잇따라 결항된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부산행 항공편 두 편에 대해 무리하게 운항을 결정했다가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12시40분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이스타항공 ZE904편 항공경로. (플라이트트레이더24 캡처)© 뉴스1
20일 오전 12시40분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이스타항공 ZE904편 항공경로. (플라이트트레이더24 캡처)© 뉴스1
당시 운항 일선에 있는 기장이 기상악화로 인해 운항을 유보하자고 했으나 회사 종합통제실에서는 기장의 의견을 묵살, 운항을 강행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회사 내부 조종사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ZE291F편은 예정시간인 11시30분쯤 보다 1시간가량 지연된 오후 12시19분 이륙했다. 이후 이 항공편은 기상악화로 인해 김해공항 주변을 겉돌다 결국 김포로 다시 회항했다.

또 같은날 오전 10시5분 출발 예정이었던 제주발 ZE904편은 오후 12시40분 지연 출발했으나 김해공항에서 기상악화로 주변을 맴돌다 김포공항으로 항로를 바꿨다. 김포에 도착한 해당 항공편은 기상이 호전된 이날 오후 4시쯤 다시 김해로 출발, 오후 5시쯤에야 김해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까지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결항 및 지연을 반복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다나스 영향으로 지난 19일부터 20일 양일간 전국 공항의 항공기 292편이 결항됐다.

태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공항과 김해공항에서는 낮 시간 이후부터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운항이 재개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는 운항이 힘들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에어부산의 경우 기상악화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14시까지 예정돼 있던 출발 항공편 7편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해당 항공편을 운항하는 기장이 운항을 유보했음에도 통제실에서 운항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당시 기장들은 TAF(터미널공항예보)에 의거 기상이 호전되는 오후에 운항을 한다고 했다.

반면, 통제실에서는 AMOS(자동기상관측시스템)에 의거 공중 대기하며 기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될 때 착륙을 시도하면 된다고 운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통제실 담당자와 기장 사이에 언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통제실 담당자는 ‘다 알아서 결정했는데 왜 따지냐’는 등 고함을 질러 기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운항을 강요했다는 전언이다. 통제실 결정에 따른 무리한 운항 결과 연료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무리한 운항이 됐지만, 통제실에서는 법적 근거에 의거해 운항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항 결정의 근거가 된 AMOS는 종합통제실에서 운항 시 법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운항을 강요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장과 통제 사이에 협의하는 게 원칙인데 운항을 강요한 것은 무리”라며 “아마 부산을 못가면 연결편으로 돼 있는 부산~방콕편도 취소될 수 있어 무리하게라도 운항을 결정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회사 내부에서는 통제실의 무리한 운항 결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회사 그룹웨어에는 기장들이 해당 사건을 두고 통제실에 강력 항의,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통제실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작성자는 “다른 회사 통제에선 조언은 할지언정 적어도 가야된다는 식으로 강요하진 않는다”며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기장이 최종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부서인데 어느새 결정권자가 돼버린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측은 항공법 근거해 만들어진 회사 내부규정에 따라 진행된 결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선의 경우 현재 기상과 도착 예정지의 기상 중 1곳이 허용 기준에 맞다면 운항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통제쪽에서는 (기상악화가 지속될 경우) 김포를 회항지로 잡고, 추가 연료를 채워 운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풍 다나스의 기상청 예보를 두고 항공사들과 기상청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로 결항조치를 해 수요가 많은 주말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객기 사고가 대형 인명 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해선 항공사들이 매우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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