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계속… 정전사태로 참가 수는 줄어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4일 0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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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도, 수도 광장에서 국회 개회
대부분 학교 직장 23일에도 휴업

베네수엘라 야당을 비롯한 반정부 시위대가 23일(현지시간) 전국적 정전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부추기며 다시 시위에 나섰지만, 수도 카라카스 일대에서는 대중교통이 마비된데다 다급한 개인 사정을 해결하느라 참가 시위대가 비교적 줄어들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9시간만에 전력공급이 재개되었다. 정부는 정전을 전기공급망에 대한 “전자(電磁)기기에 의한 공격”탓이라고 발표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반정부 인사들은 오랜 세월 쌓여온 정부의 관리 잘못과 부패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전력 공급은 대부분 지역에서 그 동안에도 매우 불안정하게 유지되어왔다. 이번 정전사태로 통신망과 지하철 운행 역시 중단되었고 카라카스 시내의 지하철은 22일부터 멈춰섰다. 시민들은 걸어서 퇴근하거나 초만원 버스에 억지로 몸을 밀어넣어야 했다. 지하철은 23일에도 움직이지 못했다.

지난 3월 발생했던 전국적인 정전사태 이후 아직도 곳곳에서 정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카라카스의 이번 정전 풍경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 제2의 대도시 마라카이보의 정전도 비슷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라카이보 시민인 마리차 아람불라는 정부는 계속 “변명들”만 늘어놓고 있고 야당은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지지 시위를 요구하고 있어 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우리는 약속들이 아니라 해결을 원한다. 전기 없이 사는 것도 정말 지겹다”고 그녀는 말했다.

카라카스 시내에서는 야당이 다수인 국회가 광장에서 본회의를 열어 미국의 축출 압력에도 버티고 있는 마두로 정부를 압박했다. 국회의장 출신의 후안 과이도 야당지도자는 베네수엘라 국기가 내걸린 연단에 올라서 전에도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마두로 정권은 이제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날 국회의 집회에서는 위기시에 미주지역 국가들이 서로 돕는 미국 주도의 미주상호원조조약 (Inter-American Treaty of Reciprocal Assistance) 을 재승인했지만 마두로 정부는 야권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광장에서는 국회 회의 참석자들 외에도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이 시위에 참가했지만, 지난 1월 과이도가 마두로의 재선이 부정선거이며 무효라고 선언하고 스스로 대통령을 자임했을 때 몰려나왔던 엄청난 군중에 비하면 소수에 그쳤다.

일부 활동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몇 달동안 카라카스 시내의 시위대 인원이 계속 줄어든데다 정전으로 인해 대중 교통 이용이 어려워 참가자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월에는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희망이 불붙어 많은 시위대가 참가했지만 마두로 정권은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군부의 지지를 얻어 버티고 있다. 4월 30일 야당이 군대의 이탈과 반란을 요구했던 대규모 시위도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중재한 양측의 위기 해결을 위한 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야당은 마두로 정권의 시간 끌기 작전이 나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이도는 이번 전국적 정전 사태를 마두로 정부의 무능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회주의 통치를 계승한 탓으로 돌리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놓고 “베네수엘라 국민은 이런 참상에 언제까지나 익숙해질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반면 마두로 정부는 이번 정전이 지난 3월에 1주일이나 지속된 전국적인 암흑사태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 주장을 일축했다.

현재로서는 마두로 정부가 전자기 장비에 의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전자기파를 보내서 발전소의 회로를 태우는 것은 벼락으로 컴퓨터 장비가 불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기는 하나, 그런 발전된 고성능 무기를 사용할만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전기공급망의 주축인 구리 댐의 운영 시스템은 인터넷으로 연결되지 않은 폐쇄 회로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이버 공격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3월의 정전사태와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대부분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765킬로볼트의 고압전선이 방화로 불타면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프레디 브리토 에너지부 장관은 정부가 전국의 전기 공급망을 복구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23일 현재 대부분 지역의 학교와 직장이 정전으로 휴교 또는 휴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조사집단 네트블럭( Netblocks)은 22일 정전 이후로 베네수엘라의 전국의 정전 지역에서 전선이 복구된 것은 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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