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조리돌림 당할까봐 현장검증 안해” 경찰 해명글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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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26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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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사진=채널A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이 부실수사와 은폐 의혹이 확산되자 경찰 내부망에 해명 글을 올렸으나 '현장 검증을 시키지 않은 건 야만적 조리돌림이 될까봐서였다'는 내용이 들어있어서 역풍을 맞고 있다.

고유정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 소속 경찰 5명은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에 입장문을 올려 그동안 제기된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모든 사건에 형사 전원 투입 못하는 현실” ▼

이들은 사건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가출이나 자살의심사건은 하루 평균 4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사건에 대해 강력사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사 전원을 투입해 수사할 수 없는 현실상의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비판에는 결과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 “현장 검증 못한 이유는” ▼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해당 펜션은 독채이고, 주 범죄 현장인 펜션 내부에 대한 정밀 감식 및 혈흔 검사를 완료하고, 경찰에서 임대해 출입문을 폐쇄했다"며 폴리스라인은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어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장검증을 안한 이유도 언급했다. 제주경찰은 "피의자가 범행동기를 허위진술로 일관하고 있고 굳이 현장검증 하지 않더라도 범죄 입증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현장검증을 한다는 것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으로 비춰질 것이 염려된다는 박기남 서장의 결단으로 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여론 “유족이 찾아낸 CCTV 왜 못 찾았나” 비판 ▼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해명은 유족이나 일반 대중의 눈높이와 거리가 멀고, 본질을 외면한 채 현장의 특수성만 이해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 초기 단순 실종 또는 자살의심 신고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된 결정적인 계기는 경찰이 초기에 확보하지 못한 펜션 인근 주택 폐쇄회로(CC)TV다. 이 CCTV는 경찰이 아니라 유족이 동분서주하던 끝에 찾아냈다. 만약 유족이 이 CCTV를 찾지 못했다면 경찰이 이 사건을 강력사건으로 전환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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