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고화질 동영상’ 보도, 선정성 논란…변호사들 간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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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9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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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의 단초가 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의 고화질 원본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해당 보도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YTN은 지난 12일 김 전 차관 사건의 출발점이 된 ‘김학의 동영상’ 고화질 원본을 최초로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관음증을 자극, 본질을 흐리게 하는 보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영상 공개는 신중했어야 했다”며 “두 남녀의 성행위 영상이다. 범죄 혐의와 관련성이 부족하고,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영상”이라고 해당 보도를 지적했다.

그는 “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임이 확인되면 성폭력이 성립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건 아닌 것 같다”며 “그래서 김학의의 특수강간을 주장하는 경찰도 동영상은 ‘범죄의 직접적 증거’라기 보다는 ‘김학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18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 승부’와 인터뷰에서도 “동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도 있어야 하고, 디지털 증거다 보니까 원본 증거와의 동일성 등 여러 가지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는데, 그런 조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리고 얼굴 부분만 캡처해서 사진으로 공개하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보지만 (영상으로) 사람의 아주 은밀한 영역을 공개한 것은 저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밝혔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의 반박이 나왔다.

노영희 변호사는 19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당시 보도 태도가 확실히 선정적이고 관음증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렇게 (공개)했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동영상이 의미하는 세 가지 정도의 쟁점이 있는데, 하나는 김학의가 맞느냐다. 제가 봤을 땐 고화질(영상)에는 99.9% 김학의로 보이기 때문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두번째는 그 동영상이 뭘 입증하느냐인데, 당시 윤중천과 김학의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는데 동영상을 보게 되면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들이 거짓말했다는 걸 알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동영상을 필요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그럼 세번째, 그것(영상)을 내보내는 것이 과연 그렇게 선정적이고 관음증적인 잘못된 보도 행태였을까라는 거다”라며 “제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정도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김 전 차관 사건을) 문제시 삼았던 것이고, 계속 맞느냐 안 맞느냐 얘기가 됐던 건데, (영상이) 어느 정도 선에서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해당 동영상이) 충분하진 않지만, 필요최소한 정도의 조치는 했다고 본다. (영상 공개가)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계속 나무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김준우 변호사는 “(YTN이) 나머지 영상이 있지만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고, (영상에서) 김학의로 추정되거나 동일성이 보이는 부분만 보이고, 나머지는 다 모자이크 처리됐다”며 “신중을 기해 선정성을 고려한 보도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신문이 아니라 방송이다 보니 (사진 보도와 영상 보도 사이에서) 고심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사이에서 최대치로 고민을 한 것 같다. (영상 공개에 대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지만, 예전의 선정적 보도들에 비하면 나아진 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사가 가장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가장 장점이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직관적이고 시청자들한테 신뢰를 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라며 “그래서 방송사 입장에서 이런 자료를 구했을 때 (보도) 욕구를 그냥 제어하고, 누르고만 있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인권 차원에서 만약 나 또는 내 가족의 사건이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인가라는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과거사위에서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부분을 가지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동영상 자체가 특수강간과는 관련성이 없다”며 “가벼운 복장의 남성이 여성이랑 안고 있는 모양, 이런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연상시키게끔 하는 그런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럴 경우 특수강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버거운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특수강간 피해자인지 일단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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