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장벽 놓고 트럼프 vs 민주당 극한대립…‘셧다운’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7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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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백악관 고문 “이민자 막기 위한 장벽 꼭 필요해…셧다운 감수하겠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트럼프 대통령이 ‘짜증’ 때문에 국가 위기 초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국경장벽 관련 글. 그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국경 지대의 
불법이민자에 대한 처우는 지금보다 나빴다. 미성년 불법이민자를 부모와 격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몰려올 거다. 마약판매상들이
 어린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국경장벽 관련 글. 그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국경 지대의 불법이민자에 대한 처우는 지금보다 나빴다. 미성년 불법이민자를 부모와 격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몰려올 거다. 마약판매상들이 어린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캡쳐

중남미 국가로부터 건너오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국경 장벽 건설 문제를 놓고 벌어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1개월 만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불법이민 방지용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인물이다. 출처 cbsnews.com
16일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불법이민 방지용 국경장벽 건설 계획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인물이다. 출처 cbsnews.com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선임 고문은 16일(현지 시간) CBS 시사대담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지대에 장벽을 세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셧다운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밀러 고문은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인해 초래된 작금의 혼란과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벽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멕시코에 그 건설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주요 공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 이행을 위해 내년 연방정부 예산에 장벽 건설 관련비용 50억 달러(약 5조6550억 원)를 포함시켜 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예산안이 연방의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서명을 거부해 연방정부를 멈춰세우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21일. 처리가 무산되면 22일 0시부터 국방, 외교, 사법 등 ‘핵심적이고 긴급한 정부 활동’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대다수 연방 기관이 업무를 멈춘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다수의 행정부처와 기관 예산은 이미 소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16일 미국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짜증과 울화통’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nbcnews.com
16일 미국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짜증과 울화통’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nbcnews.com

지난주 백악관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가진 공개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긍지를 갖고 정부 업무를 정지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밀러 고문은 “그 논쟁은 ‘미국이 주도적 권위를 가진 국가로서 존속하느냐 못하느냐’, ‘입국 관련 규정을 바로세우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의 매우 근본적 이슈에 관한 것이었다”며 “민주당은 이제 미국의 노동자 계급을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불법 이민을 지원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슈머 원내대표는 NBC 대담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맞불을 놨다. 슈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관련 예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한 ‘짜증과 울화통’ 때문에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려는 연방의회의 타협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머 대표는 “정부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나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제안은 확고부동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와 앉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짜증내고 위협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의회 압박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경 장벽 건설은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며 “장벽과 무관한 ‘국경 지대 보안’ 관련 업무를 위해 예산 16억 달러를 배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과 협의할 방법은 공화당이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머 대표는 “지금의 공화당은 하원에서도 상원에서도 장벽 건설 비용 50억 달러가 포함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공화당 의원들은 자신들을 돕고 있는 척만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짜증 때문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지’ 용기 있게 직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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