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분신까지… 극한 치닫는 ‘카카오 카풀’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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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반대’ 50대, 국회 앞서 분신 사망

분신 택시 감식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법인택시 운전사 최모 씨(57)의 
차량을 경찰관이 감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왔던 최 씨는 이날 자신이 몰던 
택시 운전석에 앉아 인화물질을 몸에 끼얹고 분신했다. 경찰이 차량 유리창을 깨고 불을 껐지만 최 씨는 숨졌다. 뉴스1
분신 택시 감식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법인택시 운전사 최모 씨(57)의 차량을 경찰관이 감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해 왔던 최 씨는 이날 자신이 몰던 택시 운전석에 앉아 인화물질을 몸에 끼얹고 분신했다. 경찰이 차량 유리창을 깨고 불을 껐지만 최 씨는 숨졌다. 뉴스1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한 법인택시 운전사가 10일 이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카카오 측의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 분신 택시 운전사 “카풀 서비스 저지해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2교 사거리에서 택시 운전사 최모 씨(57)가 온몸에 불을 붙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최 씨는 이날 오후 1시 59분경 조수석에 시너로 추정되는 기름통을 실은 채 국회 정문 앞에 나타났다. 차량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현장 경찰관이 택시를 검문하려 했지만 최 씨는 응하지 않은 채 차량을 몰고 이동했다.

이후 최 씨는 국회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사거리에 차량을 세우고 온몸에 기름을 끼얹은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를 발견한 경찰이 순찰차에 비치한 소화기로 택시 유리창을 깨고 급히 불을 껐지만, 최 씨는 이미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최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2시 49분경 숨졌다. 최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소속된 택시회사 노조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카풀서비스를 불법으로 시범 실시해도 되는 거냐. 여의도에 가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전국택시노동조합 측은 최 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A4용지 크기 공책 두 장에 쓴 유서에는 “카풀?”이란 제목 아래 “카카오에서는 불법적인 카풀을 시행해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카풀의 취지를 호도하고 있다.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나의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택시(운전사)는 12시간 근무해도 5시간 근무로만 인정해준다. 불같이 일어나서 이번 기회에 택시 근로자들이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한 몸 내던져 본다”고 적었다.

최 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국회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남성에게 각각 언론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쓴 유서 2통을 맡겼다고 한다. 택시노조 측은 이 가운데 언론사를 상대로 쓴 최 씨의 유서만 공개했다.

○택시노조, 강경투쟁 예고

택시노조 등 택시업계 4개 단체는 이달 20일 서울 시내에서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대기업이 택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카풀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나설 것을 촉구하며 불법 카풀 서비스도 즉각 중단하고 철회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성실하게 일해 온 최 씨가 카풀 시범 실시로 사망한 것”이라며 “20일 열리는 집회는 한층 과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택시 운전사들은 10월과 11월에 서울에서 카풀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택시 운전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카카오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역시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면서도 “정식 서비스 출범 시기와 관련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7일부터 카풀 운행 횟수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는 17일부터로 예정돼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카카오 카풀#택시#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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