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한남’ vs ‘메갈’ 온라인 갈등→오프라인 싸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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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5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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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DB
사진=동아일보 DB
온라인에서 말싸움 중심으로 진행되던 남녀 혐오가 결국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남녀가 직접 물리적으로 부딪히는 폭행사건까지 일어났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4일 A 씨(21) 등 남성 3명, B 씨(23) 등 여성 2명을 포함한 총 5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행과 B 씨 일행은 13일 새벽 지하철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22분께 ‘남자 4명에게 여자 2명이 맞았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A 씨 등 남성 4명과 B 씨 등 2명 중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A 씨 일행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장에서 입건했다.

이 사건이 수학능력시험일에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이슈가 된 이유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때문이다. 1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수역 폭행사건'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피해자는 화장을 하지 않았고, 머리가 짧았다. 가해자는 그런 피해자를 보고, ‘메갈X’이라며 욕설과 비하 발언을 했고 때리는 시늉마저 서슴지 않았다"며 "두려워진 피해자는 동영상을 찍었고 가해자는 그런 피해자의 목을 조르며 협박했다"라고 했다 .

이어 "폭행 당한 피해자는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머리가 찢어졌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쓰러졌다. 피가 신발, 양말, 옷 등에 다 묻었다. 경찰은 신고 후 30분 뒤에 도착했고, 진술을 하는 와중에도 가해자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를 상대로 위협과 협박을 했다. 자신 또한 피해자라며 우겼다"라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며 A 씨 일행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얽힌 남녀커플의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15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수역 폭행사건 당사자입니다"라며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여자 2명이 먼저 ‘한남커플’이라며 시비를 걸었다"며 "여성 일행이 '너 같은 흉자 때문에 여성인권 후퇴한다. 한남 만나서 뭐하노'라는 조롱을 이어갔고, 이때 남성 일행이 여성 일행에게 '왜 가만히 계시는 분들한테 그러냐'며 거들었다"고 했다.

이어 "항의하는 과정에서 여성 일행 중 1명이 남성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며 "남성들이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몰카 아닌가'라며 찍지 말라고 했으나 굴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했다"라고 했다.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이날 술집에서 B 씨 일행은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녀커플을 향해 "한남과 사귀니 여성 인권 후퇴한다"라고 비아냥거렸고 남녀커플과 B 씨 일행이 말다툼을 벌였다.

시선이 쏠리자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A 씨 일행이 B 씨 일행에게 "왜 가만히 있는 남녀커플에게 시비냐. 조용히 해달라"며 사건에 끼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B 씨 일행이 카메라로 촬영하자 A 씨 일행이 찍지 말라고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고 싸움이 커졌다. 남녀커플이 이 주점을 떠났고 A 씨 일행과 B 씨 일행이 서로 폭행하며 사건이 커진 것.

B 씨 일행이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말을 썼다는 의견이 나오자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B 씨가 먼저 남성 혐오를 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 싸움은 폭행 사건을 넘어서 남녀 간 대립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메갈', '한남'이라는 혐오 표현을 사용하면 댓글로 피터지게 싸운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다르다. 얼굴을 마주보며 여과없이 혐오 발언을 사용하면 감정이 격해지고 '이수역 폭행' 사건처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찰은 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양 측을 다 입건했으며 CCTV 분석을 통해 정당방위 여부를 비롯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15일부터 당사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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