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어렵지 않았다는 비난에 떠날 마음 굳혔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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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별 감독’ 제도 탄력 받을 듯

복잡한 미소 남기고… 스스로 진 태양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상 최초로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대표 선수 특혜 선발 논란에 휩싸인 끝에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뉴스1
복잡한 미소 남기고… 스스로 진 태양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상 최초로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대표 선수 특혜 선발 논란에 휩싸인 끝에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뉴스1
“저는 국가대표 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납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은 굳은 얼굴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를 통해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과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게 기자회견장에서 선 감독이 밝힌 사퇴 이유다. 기자회견문을 배포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1분 남짓 진행된 짧은 회견이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가 선 감독 자진 사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0일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선 감독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 논란을 둘러싼 질타를 받았다. 손 의원은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 감독을 비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국감에 출석했는데 ‘선 감독 국감’의 연장선상이었다. 선 감독 관련 질문을 받은 정 총재는 “(TV 시청으로 전력을 분석한다는 건) 선 감독의 불찰이다. 이는 경제학자가 시장에 안 가고 지표로 분석하고 정책을 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임 감독제에 대해 정 총재는 “국제대회가 잦지 않다면 전임 감독제는 개인적으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를 직접 거론했다. 회견문에는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저의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적혀 있었다. 선 감독은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었다. (국감을 통해) 전임 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알게 됐다.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떠나며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대한체육회 역사상 처음이다.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소환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인내심을 갖는 것, 둘째는 인내하는 것,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심이다.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사표를 가슴속에 담아두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웠다”면서 “국가대표 야구 선수단의 명예 회복, 국가대표 야구 감독으로의 자존심 회복, 아시아경기 금메달의 명예 회복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야구인의 대축제인 포스트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때가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병역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공을 만지기 시작한 이래 눈을 뜨자마자 야구만을 생각했다. 앞으로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회견문을 마무리했다.

이날 선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전날 총재 면담을 요청한 선 감독이 오늘 처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감에서도 선 감독이 도쿄 올림픽 메달 의지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고민이 깊어졌던 것 같다. 정 총재가 20여 분간 사퇴를 만류했지만 의지를 꺾지 못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 총재가 전임 감독제에 부정적인 만큼 향후 ‘대회별 감독’ 제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대회별로 감독을 선임해 국제대회를 치렀지만 성적 부진 논란 등이 일어 전임 감독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초대 전임 감독인 선 감독의 자진 사퇴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선동열#야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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