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집권했는지 자각하라”… 지분 주장 끝이 없는 민노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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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세력과 갈등 빚는 여야]민노총, 靑-국회 앞에서 농성

민노총이 14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21일 총파업 전까지 청와대 앞에서 일주일간 점거 농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명환 
위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민노총 관계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펼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노총이 14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21일 총파업 전까지 청와대 앞에서 일주일간 점거 농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명환 위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민노총 관계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펼쳐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버금간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작자가 ‘미국에서 감금은 테러’라고 했는데, 야당일 때 노동계에 손을 벌리더니 정권을 잡으니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다.”

14일 오후 1시 반. 국회 정문 앞에 선 김정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이 정부 여당을 맹비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게 나라인지 묻고 싶다. 박정희 전두환을 생각나게 한다”고까지 했다. 주변에선 강아지 모양의 문양과 ‘비정규직 그만쓰개’ 문구가 들어 있는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날 대검찰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민노총이 14일에는 청와대와 국회를 찾아 여권에 대한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여권 내부에선 “이런 민노총과 함께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 민노총, “민주당은 어떻게 집권 여당이 됐는지 자각하라”

민노총은 총파업 때까지 일주일 동안 청와대 앞 점거 농성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민노총에 힐난조로 이야기하는 정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기업, 재벌과는 악수하면서 노동계와는 깊고 넓은 담을 쌓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어떻게 집권 여당이 됐는지 자각하라”고 말했다. 노동계 등에서 촛불을 들고 만든 정권인 만큼 자신들의 지분도 있다는 주장이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가짜뉴스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가짜뉴스와 가짜정책을 가장 많이 쏟아낸 건 문재인 정부”라며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으로) 인상, 주 40시간 근무제도 개선 등의 공약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포용’은 일방적으로 하면 억압이자 성폭행”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나쁜 일자리’라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존 원·하청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광주형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정부에 잘 보이고 싶으면 현대차는 일자리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기부채납을 해라”고 말했다.

○ 국회서 기습 시위, 실랑이도

이날 오전 국회 안팎에는 ‘민노총이 민주당 원내대표실이나 당대표실 점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가 돌면서 경찰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감돌았다. 민노총 측은 오후 1시 반 집회를 마친 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약속이 있다”면서 조합원 5명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조합원들은 잔디밭을 지나 국회 본관 앞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펴 기습 시위를 했다. 국회 측이 “국회 안에서는 시위가 금지돼 있다”며 경비인력을 동원해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합원들은 국회 사무처를 통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 및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측은 “외부 일정이 있다”고 했고 한국당 측은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호인 한국GM 부평 비정규직지회장은 “현수막 하나 못 펴게 짓밟고 내동댕이치느냐”며 “만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최근 홍 원내대표가 사무실을 점거한 한국GM 노조 측에 “나한테 사과할 때까지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받아친 것. 조합원들은 1시간 이상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한 후 윤소하 원내대표를 만난 후에도 정문을 나가 해산하는 대신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혀를 찼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대검찰청 청사 로비를 점거해 시위를 벌인 민노총 간부 6명을 체포해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이지훈·고도예 기자
#민노총#문재인 정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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