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적 조작해도 관리 책임자 ‘견책’뿐… 시험지 도난 당해도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고교 내신비리 감사보고서 살펴보니

숙명여고 시험문제·답안 유출 사건 이후 고등학교 내신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이 보다 철저하게 학생부를 관리해야 하고 비리가 발생하면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생부 비리 사건이 발생해도 관리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징계만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학생부 비리 드러나도 관리자 경징계

본보는 13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을 통해 2014년 이후 적발된 고교 학생부 비리 12건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감사보고서 12건을 입수했다. 분석 결과 △학생부 조작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무부장이 해당 학년 시험문제 검토 △시험지 유출 등의 사건에서 교장 교감은 대부분 경징계인 경고나 견책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대구의 한 사립고에서는 교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인증서를 도용했다. 이후 자기가 지도한 동아리 학생 30명의 학생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총 39건을 몰래 수정했다. 해당 교사는 파면됐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한 달간 보고하지 않은 부장 교사, 보고를 누락한 교감은 경고만 받았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고 보름 뒤 시교육청에 보고한 교장도 견책 처분을 받았다.

앞서 광주의 한 여고에서는 2015년 한 교사가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나이스에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점수를 조작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다. 교사는 파면됐지만 나이스 관리 책임이 있는 교감은 견책에 그쳤다.

또 경기 안양시의 한 공립고교에서는 지난해까지 교무부장이 2년간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면서 자녀가 응시한 중간고사 재시험 문항 검토에 참여하고 시험지가 보관된 캐비닛 열쇠를 관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확인했지만 해당 교무부장과 교장에 대해 각각 경고 처분만 내렸다. 2015년 전남 여수시의 한 일반고에서는 조카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교사가 해임됐지만 관리자인 교장 교감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3일 낸 입장문에서 “(숙명여고와) 유사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직원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시험지 도난 6건 중 4건 경징계

학생이 시험지를 훔치는 사건이 일어나도 관리자는 대부분 경징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도난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문제가 된 6건 중에서 경징계 이상의 처분이 이뤄진 것은 2건뿐이었다.

올해 7월 서울 강북의 한 자사고에서는 2학년 학생 2명이 교무실 창문을 통해 몰래 들어가 문학 과목 시험지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학생들은 자퇴 처리됐지만 교장은 보안 관리 소홀에 따른 경고 조치만을 받았다. 올해 6월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는 3학년 학생 2명이 교사 연구실에 침입해 2과목 시험지를 유출했다. 학생들은 퇴학당했지만 교장 교감은 경고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전북 익산의 사립고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서도 교장 교감은 모두 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일선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 교감이 어떤 시스템으로 시험지가 관리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관리자를 포함한 모든 조직원이 내신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려면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성적 조작#관리 책임자 견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