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여는 열쇠는… 특출난 성적 창의적 재능 그리고 기부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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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입학전형 의사결정 과정


“매년 ‘올 A’ 성적표와 완벽한 수능 점수, 훌륭한 추천서를 받은 하버드대 지원자들이 왜 탈락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한 차별 관련 소송 과정에서 하버드대 의사결정의 장막이 걷히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재판 과정에서 매년 4만 명가량의 지원자 중 5%만 합격하는 하버드대의 ‘바늘구멍 입학전형’의 비밀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합격의 열쇠는 4개 프로파일

법원 제출 자료와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입학 지원자를 20개 그룹으로 나눠 출신 지역별로 분류하고 4, 5명의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각 하위 위원회에 배당했다. 사정관들은 에세이, 학교 성적표, 수능 점수, 추천서 등을 토대로 학생들을 평가했다. 사정관들은 학업, 비교과(자원봉사, 동아리 활동 등), 체육, 인성 등 ‘프로파일’이라 불리는 4개 분야별로 1∼4등급(1등급이 최고)을 매기고 의견을 적었다. 전체 총점도 매겼다. 이 프로파일 점수가 합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2009∼2015년 하버드대 지원자 16만 명을 분석한 결과 4개 분야에서 1등급이나 2등급을 하나도 못 받은 지원자는 5만5000명. 이들은 거의 대부분 탈락했다. 예술이나 수학 등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2차 전형을 거친다. 이어 40인으로 구성된 사정위원회가 하위 위원회를 통과한 지원자 중 최종 합격자를 표결로 결정한다.

○ 한 분야에서 특출하거나 골고루 잘하거나

사정관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택한 과목의 수준과 교사와 다른 사람들의 평판까지 따졌다. 쉬운 과목만 골라 들으면서 성적 올리기를 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학업 분야에서 1, 2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전체의 42%(대부분이 2등급), 비교과 체육 인성 분야에서는 25% 미만이었다. 학업 분야 2등급 이상은 상대적으로 많아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를 웬만큼 잘해선 합격증을 손에 넣기 힘든 셈이다.

한 분야에 아주 특출하거나 여러 능력이 고르게 우수한 ‘다면 수월성’을 가진 학생들이 유리했다. 4개 분야에서 하나만 1등급을 받은 지원자의 합격률은 비교과 48%, 인성 66%, 학업 68%, 체육 88%였다. 4개 항목 중 3개에서 2등급을 받은 지원자의 40%가 합격했다.

○ 소수계 차별 넘어 ‘그들만의 리그’ 비판도

하버드대는 창의적 능력, 운동 재능 등을 보유한 학생들이나 경제적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저소득층이나 아프리카계 등 소수 인종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가점인 ‘팁스(Tips)’를 운영했다. 소수계 우대 정책이 아시아계보다 아프리카계 학생 등에게 더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게 아시아계 차별 논란의 쟁점이다. 아시아계는 프로파일 점수에서도 학업에 비해 인성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나쁜 점수를 받았다. 학교 측은 “인종과 민족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도 가점 요인”이라며 차별 의혹을 부인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 팁스가 하버드대 학부 졸업생 자녀나 기부자 자녀 등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하버드대는 2009년 이후 6년간 4644명의 동문 자녀가 지원했고 이들의 합격률은 34%로 비동문 자녀 지원자 합격률(6%)보다 훨씬 높다. 주요 기부자 자녀 등은 ‘입학처장 리스트’나 ‘입학사정위원장 리스트’에 올려 관리했는데, 6년간 리스트에 등재된 2501명의 합격률은 비교과 1등급 학생들의 합격률과 비슷한 42%였다.

심지어 2014년 하버드대 테니스 코치와 입학처장이 주고받은 e메일에는 코치가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가족의 지원자를 두고 “붉은 카펫을 깔아줬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버드대는 “기부자 자녀 중 탈락자도 많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하버드#입학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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