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1조3000억 풀고도… 2만명 직장 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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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해결사’ 효과 논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자금 지원받기를 포기하고 정리해고한 노동자 수가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정부가 ‘최저임금 해결사’라며 올 1월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 제도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원 대상 선정되고도 해고 선택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총 1만6734개 사업장에서 노동자 2만1155명을 ‘고용조정(정리해고)’해 일자리안정자금 지급이 중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최저임금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해고한 근로자가 2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받은 사업주가 정리해고로 고용 인원을 줄이면 자금 지급을 중단하고 있다. 고용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므로 고용을 줄인 사업장에 정부 예산을 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추 의원은 “사업주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해고한 2만여 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지원을 받아도 버틸 수 없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조차 못 하고 해고한 근로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전체 지급 인원(9월 말 기준 176만4211명)과 비교하면 정리해고로 지급이 중단된 비율은 1.2%로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거꾸로 일자리안정자금이 고용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정리해고를 한 사업주도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일자리안정자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청자도 ‘허수’투성이

공단은 지난달 말까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사업장의 지원 대상 노동자 수가 241만1931명으로 당초 목표인 236만4000명을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 홍보를 하고 통계조사원까지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신청을 독려한 결과다.

하지만 지원 신청 사업주 중에는 기본적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지난달까지 지급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정한 14만여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기업인 경우가 2만5992명(18.5%)으로 가장 많았다. 임금이 기준금액인 월 190만 원(최저임금의 120%)을 초과한 경우가 1만8380명(13.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청자 수가 목표를 초과했음에도 자금 집행률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배정예산 2조9293억 원의 44.5% 수준에 그쳤다. 인원 기준으로는 전체 신청자 241만여 명 중 73.1%가량이 일자리안정자금의 도움을 받은 것. 하지만 여전히 전체 신청자의 20%가 넘는 50만 명가량은 공단 심사가 끝나지 않아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금 집행이 늦어지는 것은 영세기업과 지원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추 의원 측은 비판했다.

한편 예비비 91억4900만 원을 들여 구축한 일자리안정지원시스템이 신청·지급 노동자와 지급액 등 기본적인 현황을 관리하는 수준에 불과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성과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통계산출 기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단은 “일자리안정자금은 한시 사업이어서 접수와 심사, 지급 업무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종 조건을 추가해 통계를 산출할 때는 기초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근로복지공단 신규 인력 채용과 일자리안정자금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합치면 총 6조 원가량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지출하는 셈이다. 하루빨리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정수 hong@donga.com·유성열 기자
#일자리안정자금 1조3000억#2만명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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