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천구]중국 희토류, 무기로 사용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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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그동안 숨겨놓은 희토류 카드를 사용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2000억 달러(약 225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목록에서 희토류를 제외했다. 희토류는 올 7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관세 부과 품목 초안에는 포함됐으나 최종 발표 목록에서는 빠졌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필수원료다. 희토류 없이는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차,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군사 무기제조를 생산할 수 없다. 또 희토류는 철강, 세라믹 등 전통 산업분야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료, 항공, 농업분야에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부르는 이유다.

희토류는 대중국 무역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할 관세 무기를 대부분 소진한 중국이 앞으로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산업에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이 88%를 차지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세계 소비의 80%를 공급하고 세계 매장량의 47%를 차지한다. 미국에도 중국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로 큰 희토류 광산이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인데 1985년 채굴이 중단됐다. 환경문제와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였다. 이 광산은 2015년부터 채굴을 시작했는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국업체들과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생산을 위해 2015년부터 인력 200여 명을 투입해 광산 재가동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희토류 처리 시설과 가공기술 부족으로 상업생산은 앞으로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희토류를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역대표부는 희토류 이외에도 천연흑연,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안티몬 등 주로 금속광물 제품을 제외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관세 부과품을 조정한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도 올 8월 16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때 막판에 미국산 원유를 제외했다. 당초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행 단계에서 원유를 뺐다. 그만큼 미국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에서 전략 무기로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국이 희토류를 협상카드나 전략적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에 보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자 대일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3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무역전쟁#중국#희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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