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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여당의 한은 압박이 부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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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여당의 한은 압박이 부당한 이유

신치영 경제부장 입력 2018-09-22 03:00수정 2018-09-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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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장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기준금리가 결정되도록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일은 그동안 진보 보수정권을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을 넣은 반면,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금리인상 압력을 넣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노무현 정부가 한은에 대해 금리인상 압박에 나선 건 2006년 11월이었다. 8·31 대책 입안을 주도했던 김수현 당시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은 11월 6일 한은을 방문해 이성태 총재를 면담했다. 금리 결정을 위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당사자들은 금리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전날 노무현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국정브리핑에는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칼럼이 실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월 2일 한 회의에서 “요즘 부동산 문제가 혹시 금융의 해이에서 발생한 것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1년 9개월 뒤인 2008년 8월 김 비서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잉 유동성 문제에 과소대응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심정에 이 총재를 찾아갔다”고 술회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한은 압박은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금리인상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도 이례적이지만 이후 여권 관계자들은 발언의 강도를 더욱 높여 왔다. 이 총리 발언 다음 날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가 중립적,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해명한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통위원 출신인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한은 간부가 독립성 침해를 운운하며 반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과민대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금리 인하를 부동산 급등을 불러온 ‘정책 범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집값 상승의 일부 원인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금리인상 압박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기준금리는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위해 결정될 수 없다. 물가 수준과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지 않으면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보는데 8월까지 1.4% 오르는데 그쳤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2.9%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고 고용참사도 풀리지 않고 있다.

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서 집값이 잡히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 10월 연 3.25%였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 8월 연 4.50%가 될 때까지 5차례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도 집값 급등세는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당정청의 금리인상 압박은 한은의 고민만 더 키울 뿐 금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 달 18일 금리 결정 때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은 한은이 문재인 정부에 굴복했다고 받아들일 것이고,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한은과 당정청간 불협화음으로 해석할 것이다.

여권의 주장대로 한은이 성역은 아니지만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금리 결정 과정에 지지율과 표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이주열 총재 연임이 한은의 자율성을 지켜주려는 대통령의 뜻이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신치영 경제부장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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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한국은행#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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