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부실대응’ 국가 지휘체계 아닌 해경 과실만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법원, 세월호참사 국가 배상책임 인정

“피고 대한민국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공무원 김모 씨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인해 이 사건 희생자 및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9일 오전 10시 12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57호 소법정.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 이상현 부장판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하자 방청석의 유족 20여 명은 모두 흐느꼈다.

○ ‘해상 구조 매뉴얼’만 따랐다면…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의 책임이 해경에 있다고 판단했다. 해경이 참사 현장에서 ‘해상 구조 매뉴얼’에 따라 구조를 했다면 참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참사 현장 구조 지휘자였던 김모 당시 목포해양경찰서 경비정 123정장이 세월호 승객들에게 퇴선 방송과 탈출 유도명령을 내리지 않은 게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당시 정장이 세월호가 기우는 속도, 승객 수, 바다의 수온 등을 고려해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 재판부는 “김 당시 정장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이 사건 희생자들이 사망한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 재난컨트롤타워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 컨트롤타워가 잘못 대응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재판부는 컨트롤타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 것이다. 또 참사 전 해양수산부 해체 등 정부조직을 개편한 게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국민성금 지급돼 배상 감액”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에 참여한 유족들이 받을 배상금은 가족당 대략 3억∼7억 원이다. 재판부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300명의 유족에게 가족당 2억1000만 원∼2억5000만 원의 국민성금이 지급됐다는 점을 고려해 유족이 청구한 금액보다 배상금을 낮게 정했다.

앞서 정부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단원고 희생자의 일부 유족에게 평균 4억2000만 원 안팎의 배상금과 5000만 원의 국비 위로지원금을 지급했다.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부 일반인 희생자 유족에게는 다른 기준으로 배상금과 위로금이 지급됐다. 2015년 10월 당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체 희생자 304명의 68%인 208명의 유족이 배상 및 보상을 신청했다. 신청 희생자 208명 중 단원고 학생은 155명, 일반인은 53명이었다. 그런데 실제 배상과 보상을 받은 유족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 청해진해운 배상책임도 인정

국가 배상 책임과 함께 청해진해운의 배상 책임도 인정한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공동으로 723억 원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정부와 청해진해운은 누가 얼마나 배상을 해야 할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영학)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남 대균 씨(48)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대균 씨는 정부에 82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유 씨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그러나 이 외에 정부가 유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송 8건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정부가 선장과 선원들의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환수한 돈은 8200만 원에 불과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세월호 부실대응#국가 지휘체계#해경 과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