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엔 선그은 ‘정치 쉼표’… 독일로 일단 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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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5년 9개월만에 2선후퇴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뒤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뒤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 정치’를 내걸었던 안철수의 정치실험 1막이 실패로 끝났다. 2012년 9월 18대 대선 출마 선언식을 갖고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 한다”며 정치에 뛰어든 지 5년 9개월여 만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에서 하려다 현역 의원도 아니어서 카페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독일 대학 및 연구소 연수 프로그램을 검토해 다음 달 출국한다. 1년간 안식년을 맞은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간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5·9대선과 올해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충격적인’ 3등을 했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1일 미국으로 떠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안 전 후보도 국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대선 주자가 잇따라 무대에서 잠시 사라지는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정치를 하면서 다당제 시대 개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소회를 밝혔다. “대한민국의 시대적 난제를 앞서 해결하고 있는 독일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고도 했다.

정계 복귀 일정에 대해선 “어떤 계획도 없다. 돌아올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나은 안철수’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정치 재개 의지는 분명히 했다. 정계 은퇴라기보단 ‘2선 후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새 정치를 향한 여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5년 9개월 동안 초심을 간직한 채 열심히 했다. 다당제를 이뤘고, 여러 개혁에 앞장섰다. (제가) 여러 부족한 탓에 기득권 양당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갔던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어떤 계기로 정계에 복귀할 건가.

“어떤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돌아올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기한도 정하지 않았다. 단지 독일부터 시작해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한 나라들을 직접 보고 깨달음을 얻으려는 그 목적밖에는 없다.”

―최근 ‘국민이 부르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의 의미는 뭔가.

“모든 정치인에게 해당되는 일반론일 뿐이다. 특별히 제 상황에 맞춰서 말한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 (이 말을) 전한 사람의 의도와 생각이 더해지며 뜻이 달라졌다.”

―‘업그레이드된 안철수’로 돌아오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할 계획인가.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러 떠나겠다.”

정치 입문 후 처음으로 휴지기를 갖는 그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2011년 젊은층을 기반으로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에 입문했지만 지금은 그를 ‘청춘의 멘토’로 기억하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바른미래당 통합 등 기업 인수합병(M&A) 하듯 너무 자주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며 정치적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것도 숙제다. 2월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바른미래당은 현재 지지율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 전 후보 측은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는 내년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안철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내년 각 당이 2020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면 야권 전체에서 안철수를 다시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만큼 공허하기만 했던 ‘새 정치’라는 하드웨어를 채울 수 있는 안철수만의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는지에 재기 여부가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독일행은 ‘정치인 안철수’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듯하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안철수#독일#정계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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