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칼럼]변화되는 남북관계… 정치세력은 변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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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의 획기적 轉機 닥치는데 재정·노동문제부터 체제 논쟁까지
현 정치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나
이번 기회 놓치면 역사의 죄인 될 것
국민 다수가 네 편 내 편 떠나 먼저 변하는 세력 지지하면 어떨까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명예교수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명예교수
남북관계에 있어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그 내용과 방향을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민족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그 무엇이 있을 것이란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상황이 그렇다. 체제 유지를 위한 핵개발이 경제적 고립을 불렀고, 이것이 다시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밖으로부터의 압박에다 안으로부터의 위험이 더해진 셈, 이로 인해 북한은 전쟁이든 평화든 남북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기대와 함께 걱정이 밀려온다. 우리가 이 변화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좋은 쪽으로의 변화, 즉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쪽으로의 변화만 해도 그렇다. 당장 필요한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하며,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하나. 더 나아가 국가 운영 체계는?

하나하나 이해관계와 신념이 걸린 문제들이다. 사안마다 누구는 얻고 누구는 잃고, 누구는 지지하고 누구는 반대할 것이다. 심각한 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체제논쟁과 사상논쟁까지 전개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진영논리로 쪼개어진 나라, 남북관계의 변화가 부른 또 다른 갈등이 우리의 미래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공연히 하는 걱정이 아니다. 광복과 분단, 그리고 전쟁과 그 이후의 남북관계 등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에 있어 우리 스스로 응당 해야 할 수준의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 있어 우리는 통일 비용부터 사회경제 통합의 문제까지 차근차근 준비해 온 독일과 다르다.

이제부터라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부족한 만큼, 또 소홀히 해왔던 만큼 더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앞에 다가올 변화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에 위기가 겹치는 판도라의 박스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정치다. 이 모든 것이 정치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이 점에 있어 우리는 다시 한번 절망한다. 우선 문제 해결 능력부터 바닥 수준이다. 여야,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그렇다. 미래를 설계할 능력도,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능력도, 또 그 결정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능력도 없다.

실제로 이 순간에도 산업 구조조정 등 당장 서둘러야 할 과제들이 제대로 된 의제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세금을 더 거두지 않거나 부자들로부터만 거두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대중영합의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회통합 능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쪽저쪽 할 것 없이 상대의 허물을 잡아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권력을 잡으면 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정치를 해 왔다. 긍정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부정과 분열의 정치를 해 온 것이다. 이들이 새롭게 떠오를 논쟁과 갈등들을 관리해 나간다?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결론을 이야기하자. 새로운 세력에 의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민족사적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미래비전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세력,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를 통합해 나갈 수 있는 세력과 이들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세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기존 세력이 참회와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고, 정치권 밖에서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따지자면 후자보다는 전자이다. 기존 세력의 기득권 구조가 강한 상황에서 정치권 밖에서의 새로운 세력 형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세력의 변화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국민 다수가 다가올 변화의 무게를 인식하고, 기존의 그 어떤 세력도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리하여 네 편 내 편을 떠나 먼저 변하는 쪽을 지지하고 나선다면 말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기회를 기회로 살리지 못하면 우리 모두 민족사의 죄인이 된다. 지금부터 바로 그렇게 하자.
 
김병준 객원논설위원·국민대 명예교수
#남북관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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