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수비는 끈끈하게 바꿔놨어요” 대구 떠나 서울살이, 류중일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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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 점퍼를 입은 모습이 꽤나 잘 어울리는 LG 류중일 감독. 31년을 보낸 삼성 시절 살던 대구를 떠나 새로 이삿짐을 푼 그의 서울 집에는 TV부터 모든 가전제품이 LG 브랜드로 꽉 차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유광 점퍼를 입은 모습이 꽤나 잘 어울리는 LG 류중일 감독. 31년을 보낸 삼성 시절 살던 대구를 떠나 새로 이삿짐을 푼 그의 서울 집에는 TV부터 모든 가전제품이 LG 브랜드로 꽉 차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이 누구보다 남다르게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다. 삼성에서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 감독으로 6년, 기술고문으로 1년 등 꼬박 31년 근속을 마치고 LG맨으로 잠실에 서게 될 류중일 감독(55)이다. 그가 대구를 떠난 건 기숙사 생활을 했던 1980년대 한양대 시절 이후 두 번째다.

“그래도 잠실구장은 자주 왔으니까 강남은 대충 알아요. 대학교 때는 이태원에 좀 놀러 다녔고(웃음). 안방경기 때 1루 더그아웃 쓰니까 그게 좀 생소한 거 말고는 별 관계없던데요?”

서울 살이 4개월 차에 들어간 류 감독은 지난해 야인이 되면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볼 여유(?)를 얻었다. 하지만 숨 고를 시간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최다 관중(113만4846명)이 몰린 자타 공인 인기 팀 LG가 그를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21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고척돔에서 만난 류 감독은 24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로 마무리된 시범경기를 통해 LG는 스프링캠프 동안 땀 흘렸던 수비 훈련의 결실을 확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전엔 외야에서 무리하게 홈 송구를 해서 타자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는 장면이 많았어요. 영상을 통해 그런 야구를 하면 안 된다고 많이 강조했습니다. 커트맨을 안 넘기는 송구 훈련도 많이 시켰고요.”

삼성 시절 기본기를 중시하며 탄탄한 수비 라인을 구축했던 그는 제3자의 시선에서 LG의 강점은 유지하되 그간 지적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지난해 밖에서 봤을 때 LG는 평균자책점 1위 팀이었는데 수비력이 약했고, 주루사가 많고, 단독 도루를 할 친구도 적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득점 루트가 부족했어요. 일단 최대한 짜임새 있는 수비를 주문했습니다. 발이 느려도 타구 판단으로 1히트로 2런 정도 할 능력을 길러야 해요. 도루할 수 있는 친구가 정주현, 김용의 정도 있는데 오지환이 합세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감독,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LG 감독’이지만 류 감독은 아직까지는 꽤 괜찮은(?) 표정이었다.

“제가 2011년 삼성에서 갑자기 준우승한 팀 감독이 됐잖아요. 준우승 팀을 맡았는데 ‘4강 목표’라고 하면 욕 얻어먹어요. ‘에라 모르겠다’ 싶어 우승을 노리겠다고 했는데 하다 보니 4연패까지 했잖아요. 그때 (5연패를) 했어야 했나? 했으면 LG 못 왔지, 허허.”

다시 LG에서 도전해 보라는 말에 류 감독은 “모든 감독의 꿈은 우승 아입니까”라고 에둘러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경북고 시절인 1982년 잠실구장 개장 기념 경기에서 잠실 1호 홈런 주인공으로 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인 잠실을 안방으로 쓰는 LG 지휘봉을 잡아서였을까. 30년 넘게 삼성 유니폼을 입어 ‘푸른 피가 흐를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던 류 감독은 어느새 LG맨이 다 된 듯 보였다.

“요즘 이상하게 죄다 빨간 거를 사게 돼요. 목욕 주머니도 원래 파란 거 쓰다 바꿀 때가 돼서 사러 갔는데 빨간 게, (유광 점퍼를 가리키며) 요런 색깔이 보이더라고. 라이터도, 신발도 빨간색 들어간 거 사게 되고, 희한하게 그렇게 되더군.”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lg 트윈스#류중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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