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음주단속 경찰 보고 소주 병나발 30대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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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세운뒤 편의점 들어가 ‘벌컥벌컥’
법원 “공무집행 전 행위… 처벌 못해”

지난해 4월 1일 오전 4시 반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를 달리던 황모 씨(39)는 갑자기 차를 세웠다. 약 20m 앞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었다. 황 씨는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직행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 1병을 꺼냈다. 이어 입에 대고 병째 들이켜기 시작했다.

단속 경찰관 1명이 편의점으로 들어와 황 씨를 제지했다. 이 경찰관은 갑자기 차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달려간 황 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달려왔다. 황 씨는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반 병 분량의 소주를 ‘원샷’했다. 오전 4시 43분경 경찰은 황 씨를 상대로 음주 여부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82%였다. 0.05%가 넘으면 면허가 정지된다. 하지만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알 수 없었다.

경찰은 황 씨가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운전하기 전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마신 소주 탓에 취한 것처럼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황 씨를 입건했다. 검찰도 같은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이성기 부장판사는 “피고의 행위는 음주 측정이라는 구체적인 공무집행이 개시되기 전의 일”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을 수 있지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황 씨가 편의점에서 마신 소주의 양을 토대로 수사기관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한 결과 0.05% 이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음주단속#공무집행#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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