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 새 1억 뛴 강남 집값… 부동산 잡으면 피자 쏜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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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6·19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40일 지났다. 그 사이에도 호가(呼價)가 1억 원 급등한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4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등의 재건축 추진지역 중 강동구의 경우 매매가가 3.3m²당 3087만 원으로 1월 말 대비 13.4%나 올랐다. 최근엔 서민 주거지인 노원구와 금천구까지 들썩거려 외곽으로까지 과열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내가 피자 한 판씩 쏘겠다”며 농반진반(弄半眞半) 말했을까.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초저금리 탓에 시중에는 부동자금이 1000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유동성이 넘쳐흐른다. 서울에선 재건축 외에 신규 가용택지가 없고 2020년까지 입주물량도 많지 않다. 갈 데 없는 돈이 학군이 좋은 강남의 부동산만은 꺾이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 신화에 올라타 과열 양상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근로 의욕을 꺾는 주범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과도 같다. 새 정부가 규제 조짐을 보이자 노무현 정부 때처럼 집값이 오히려 급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실수요자인지, 투기세력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메스를 대야 할 것이다.

지난달 6·19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과열이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간 분양권 전매제한,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타인양도 금지, 6억 원 이상 주택의 40% 이내 대출 제한 등 14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2002년부터 지정된 투기과열지구는 2011년 강남4구를 끝으로 모두 풀렸지만 이젠 지정 여부를 검토할 때가 됐다. 부동산 대책은 내달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시장 과열을 누그러뜨릴 정교한 정책조합을 내놓기 바란다.
#강남 집값#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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