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임명식서 漢詩 읊은 문무일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 “정치 줄대기 통렬히 반성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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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새 검찰총장에 “정치검찰 확실히 책임 물어야” “국민은 檢의 대변화 원해” “첫째, 둘째, 셋째” 꼽으며 개혁 주문…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치 강조
문무일 총장, 임명장 받고 한시 인용 ‘각자 입장 따라 생각 다르다’는 내용
일각 “靑과 개혁입장 다른것 아니냐”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국민께서 검찰의 대변화를 바라고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5일 청와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 
총장에게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5일 청와대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 총장에게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做天難做四月天·주천난주사월천).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문무일 검찰총장은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더니 돌연 이 같은 한시(漢詩)를 읊었다. 문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인사를 건넨 직후다. 문 총장이 인용한 한시는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은 것이다. 각자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다. 문 총장은 “예전 선배가 가르쳐준 시인데 이번 청문회를 거치면서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이 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이 불거졌던 2014년 3월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식 후 이례적으로 문 총장을 40분간 만나 ‘문재인식’ 검찰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첫째, 둘째, 셋째” 등의 스타카토식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 총장이 한시를 통해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다양한 요구가 부담스럽다고 밝히자, 문 대통령이 강한 톤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서 검찰의 대(大)변화를 바라고 계신데 이는 검찰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애정”이라고 밝혔다.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며 “정치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 달라”며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손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검찰 자체만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가 대상이고, 그중 검찰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의 당부를 받은 문 총장은 “마지막 공직이니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 총장은 임명식 직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검찰 수사와 결정에는 검사만이 간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원칙과 정신을 국민에게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다른 소신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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