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생물자원관, 국내 자생생물 4만여 종에 한글이름 찾아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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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자생생물 4만여 종의 한글이름을 찾아주는 사업에 돌입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우리 자생생물의 목록 정비가 중요해진 것. 의정서는 올 1월 국내 이행법률이 제정·공포됐고, 비준동의안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특정 국가의 생물자원을 이용해 이익이 나면 그것을 이용국과 자원소유국이 나누어야 한다. 그러자면 일단 우리 땅에 어떤 생물자원이 있는지 목록이 정교하게 정비돼야 하는 것. 그런데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 자생생물 4만7003종 가운데 한글이름 없는 생물이 1만3011종에 이르렀다. 우리 땅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생물 가운데 우리 이름이 없는 생물이 셋 중 하나란 뜻이다.

한글이름이 없으면 아무래도 인지도 및 이용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엑소쿠스 오르비탈리스 이와 최(Exochus orbitalis Lee & Choi·벌의 한 종류)’나 ‘이소메토푸스 제주엔시스 김과 정(Isometopus jejuensis Kim et Jung·노린재의 한 종류)’ 같은 ‘라틴어+발견자 이름’ 학술명은 들어도 도통 무슨 생물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부르기도 쉽지 않다. 일반인은 물론 관련 산업계의 이용과 연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현대 생물학이 과거 일본 통치 아래 태생한 만큼 많은 학술명이 일본인 학자명을 포함하고 있는 상태다.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가 생물이름에도 남아있는 것. 나라만 빼앗긴 게 아니라 자생생물의 이름도 빼앗겼던 셈이다.

이에 따라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부터 자생생물의 한글이름 찾기에 나서고 있다. 1987년 충북 단양에서 발견된 이래 30년간 엑소쿠스 오르비탈리스 이와 최란 학명으로 불렸던 벌은 최근 이 사업을 통해 ‘내연볼록뭉툭맵시벌’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얻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와 함께 생물명의 국어순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글이름이 있대도 비속어라 접근성 떨어지는 생물명도 있었던 것. 식물인 ‘며느리밑씻개(Persicaria senticosa)’나 ‘소경불알(Codonopsis ussuriensis)’, 곤충인 ‘병신꼬마구멍벌(Polemistus abnormis)’, ‘따라지은주둥이별(Ectemnius ruficornis)’ 등이 그 예다. 대부분 특정 사람에 대한 비하나 성적인 표현을 담아 부르기 껄끄럽고 따라서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개불알꽃이 복주머니란이란 새 이름을 얻는 등 이런 이름에 대해서도 순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정부 부처 합동 ‘나고야의정서 대응 컨퍼런스’가 열린다. 국내 생물자원 관리·연구기관, 산업계가 모여 의정서 이후 대응체계와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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