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그냥 줄이면 그만이지 측정은 왜 하죠?” 날카로운 질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9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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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최근 “미세먼지 그거 그냥 줄이면 그만이지 측정은 왜 하죠?”란 질문을 받았다. 대기 조성물질 측정연구를 한지가 벌써 20년이고 연구자 집단에서만 주로 학술적인 토의를 하다 보니 날카로운 청중의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된다. 한동안 “글쎄요”를 반복하다 “우리가 현재 추진하는 정책이 100% 정확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면, 측정이나 연구가 필요 없겠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라고 반문했다.

한국 대기질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논란은 계속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중국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도 모두 파란 하늘을 보고 깨끗한 공기를 자녀들이 숨쉬도록 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만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깨끗한 공기로 숨을 쉬는 가장 극단적인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모든 산업 활동과 문명을 포기하고 산업혁명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것. 두 번째,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기를 포기하고 가장 싼 에너지 공급원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인 뒤 모든 집에서 공기청정기로 실내공기를 제어하고 밖을 다닐 때는 방독면이나 산소통을 매는 방법. 전자는 극단적인 환경보호 철학이라 부를 수 있고, 후자는 극단적인 피해 경감 정책, 즉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결과에만 대응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방법론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의견의 차이로 다양한 대기오염 대책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이런 대책들은 양극단적 방법론을 어느 정도의 섞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오염물질 저감과 대기오염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에서 가장 적당한 혼합비가 무엇인지 평가하는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이다. 오염물질의 저감에 따른 경제와 문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여 사람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지고 환경 시스템의 평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황금비율이 있다면 그것이 지속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정책의 구축은 최신 과학적 지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여기서 과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는 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자가 추구하는 지식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고 불확실성이 없어진 ‘사실’의 범주가 된 현상은 더 이상 과학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지닌 과학적 추론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끊임없는 검증이 필요하고, 대기오염 문제는 현장 실측을 통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최근 대기오염 세미나를 마치고 청중 한 분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지난 한미(韓美) 대기오염 공동조사에서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다는 연구팀의 주장을 생각하느냐”였다. 내 답변은 간단했다. “과학자는 현상에 대한 관찰을 발표하고, 이 관찰에 대한 불확정성을 기술하는 사람이지 특정한 사실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대학교육까지 이수한 후 미국의 교육기관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미국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접근이다. 한국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이를 실패로 생각하지만 미국 학생들은 이러한 불확실한 사실에 도전의식을 느낀다.

다른 많은 현대의 사회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엮여 있기에 ‘목표’는 있지만 ‘정답’은 없다. 우리는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과 해법을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가장 최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정책의 수립과 이행 그리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관측망의 구축, 그리고 실측을 바탕으로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정책방향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것만이 대기오염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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