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골드러시’… 제2 본사 유치 도시 부동산 시장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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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이후 투자문의 쇄도… “신의 선물” 밴으로 매물 단체투어
부동산업자 “문자로만 20채 팔아”

미국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 건설 중인 콘도미니엄 매매 중개업자 테리사 알리 씨는 지난 주말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이 제2본사 후보지로 롱아일랜드시티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투자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알리 씨는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에 100명의 고객을 만났고 60명이 연락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날 제2본사 건립지로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북부 알링턴 인근 내셔널랜딩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 2개월간 북미 238개 도시의 유치 신청을 받아 20개를 추린 뒤 최종 2곳을 발표한 것이다. WSJ는 “아마존이 100개 항목 이상의 자료를 검증했지만 모든 요건을 충족한 곳은 없었다”며 복수 선정 배경을 전했다.

○ “아마존 본사는 신의 선물” 부동산 골드러시

아마존의 발표로 두 지역은 ‘아마존 골드러시’ 바람에 휩싸였다. 워싱턴의 포토맥강 건너편 알링턴의 크리스털시티, 미국 국방부가 있는 펜타곤시티, 알렉산드리아의 포토맥 야드를 포함하는 내셔널랜딩 지역은 발표 전부터 투자 펀드가 조성됐다. 아마존의 발표와 동시에 부동산 매입 자금을 쏘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뉴욕 주택시장의 침체로 매물이 쌓여가고 있던 롱아일랜드시티 부동산 중개인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밀려드는 매수인들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기사 딸린 밴을 빌려 영어와 중국어로 단체 투어까지 하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인 패트릭 스미스 스터블링 씨는 “아마존 제2본사 발표는 롱아일랜드 콘도 시장을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롱아일랜드시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엿새간 스트리트이지닷컴의 주택 검색은 이전 일주일에 비해 295% 급등했다. 부동산 마케팅회사 모던스페이스 에릭 베네임 회장은 “7, 8년간 연락이 없던 고객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문자로만 집 20채를 팔았다”고 말했다.

○ “집값 폭등에 교통 체증, 시애틀 짝 난다” 우려도

아마존은 제2본사에 10년간 50억 달러(약 5조6700억 원)를 투자하고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이상의 일자리 약 5만 개를 만들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롱아일랜드시티와 내셔널랜딩 지역에 2028년까지 억대 연봉 일자리가 2만5000개씩 생기는 셈이다.

아마존의 본사 건설과 인력 채용에 따라 유치 도시들은 세제 혜택을 주고 현금 지원 등을 한다. 뉴욕시는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이상으로 2만5000명을 고용하면 10년에 걸쳐 12억 달러의 세제 혜택 등 30억 달러를 지원한다. 버지니아주는 일자리 2만5000개의 대가로 15년간 7억96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뉴스는 전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로 2025년까지 275억 달러의 세수를 거둘 것”이라며 “주 정부가 제안한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수익률이 가장 좋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모든 시민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주와 시 정부가 추진하는 불투명한 인센티브 제안과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따를 주택 부족, 교통 체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 제2본사 지원 세부 내용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붐비는 지하철, 집값 상승, 하수도 부족, 주와 시 세금 등의 비용이 2만5000명의 새로운 근로자 혜택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아마존#골드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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