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쌍릉 대왕릉 주인은 선화공주 아닌 백제 무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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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문화재硏, 뼈 102개 분석

올해 4월 전북 익산시 쌍릉(사적 제87호)의 대왕릉에서 발견된 인골의 정체가 서동요(薯童謠)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641)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익산 쌍릉 대왕릉 내부에서 나온 인골함의 뼈 102점을 분석했다”며 “인골의 주인공은 50대 이상 60, 70대 노년이고 키는 161∼170.1cm,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된 익산 쌍릉은 백제 무왕과 그의 부인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진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묘)이다. 그러나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당시 대왕릉에서 수습된 치아를 분석한 결과 20∼40세 여성이라고 밝히면서 피장자의 정체를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문화재청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등이 1917년 조선총독부의 발굴 이후 100년 만에 쌍릉 재발굴을 진행했고 대왕릉 내부 관대(棺臺·관을 얹어 놓는 넓은 받침)에서 인골 102점이 담긴 상자를 발견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고고학과 법의인류학, 유전학, 생화학 등 관련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연구진을 꾸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가 참여한 연구진이 팔꿈치 뼈의 각도와 목말뼈(발목뼈 중 하나) 크기 등을 조사한 결과 남성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발굴 조사 당시 쌍릉 대왕릉에 놓여 있던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 문화재청 제공
지난해 발굴 조사 당시 쌍릉 대왕릉에 놓여 있던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 문화재청 제공
이우영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2년 전 전주박물관의 치아 조사는 논리적 접근 방식으로는 합당했지만 치아만으로 성별과 연령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뼈 길이와 두께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전주박물관이 분석한 치아도 남성 노인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피장자의 키다. 161∼170.1cm로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조선시대 성인 남성 평균 키도 161.1cm밖에 되지 않는다. 이상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삼국사기에서 무왕에 대해 ‘풍채가 훌륭하고, 뜻이 호방하며, 기상이 걸출하다’고 표현한 기록과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속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해 정강뼈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피장자의 사망 추점 시점이 620∼659년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성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무덤 구조와 규모, 유물 품격과 당대 백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왕릉은 왕의 무덤”이라며 “600년에 즉위해 641년에 사망했다는 무왕의 재임 기록과 7세기 초에 익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생을 마감한 유일한 임금이라는 점에서 쌍릉의 주인공이 무왕일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무덤 주인을 무왕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인골의 부식이 심해 유전자(DNA) 분석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쌍릉은 고려 충숙왕 때인 1327년 도굴됐다는 기록이 있는 등 일제강점기까지 지속적으로 훼손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익산 쌍릉 대왕릉#백제#무왕#선화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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