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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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익 15조6400억… 반도체로 번돈이 73% 차지
여당, 삼성전자 지배구조 겨냥 보험업법-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노조와해 의혹 檢 수사도 ‘압박’

삼성전자가 또다시 실적 신기록을 썼다. 지난해에 이어 반도체 사업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고, 모바일 사업부문(IM)도 제 역할을 다해줬다. 26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 15조6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중 약 73%(11조5500억 원)가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이다. 전체 매출은 60조5600억 원으로 4개 분기 연속 60조 원을 돌파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크게 기뻐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삼성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데다 여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모두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협상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등의 확보가 목적이다. 앞서 검찰은 이달 6일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했던 당일에도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서비스 사옥 등을 압수수색했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반도체 사업으로만 매출 20조7800억 원, 영업이익 11조55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수치다. 반도체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11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사업 비수기인 1분기에 거둔 성적이라 더 의미가 크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반도체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10조900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버 중심의 수요 강세가 이어져 좋은 실적을 거뒀다. 낸드플래시 역시 모바일용 수요는 줄었지만, 클라우드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고용량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D램은 데이터센서 서버 수요가 중국 시장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고용량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2분기(4∼6월)에도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은 아쉬웠다. TV 사업은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중저가 TV 라인업을 축소하는 재편 작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세탁기나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사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신규 가전공장 가동으로 인한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한편 이날 오전 삼성전사 수원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 국가 주요 사업 파트너 및 투자자 등을 만나며 서서히 경영 참여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비롯해 화성 반도체공장 기공식 등 외부 노출 공식행사에는 모두 불참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전통적으로 오너 경영인이 전문 경영인의 활동영역을 보장하면서 경영에 참여해 왔다”며 “당분간 이 부회장은 비정기적 출근을 하며 주요 사안만 챙기고, 무너졌던 국내외 네트워크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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