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해석 변경땐 ‘즉시 근로단축’… 준비 안된 中企 큰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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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논의 재부상]‘주 68시간→ 52시간’ 문답풀이

노동시장의 오랜 숙제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11월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밝히면서다. 근로시간이 줄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하지만 급격한 단축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근로시간 단축의 궁금증을 살펴봤다.

Q. 주 5일제가 2003년 시행됐다. 아직도 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

A.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연장근로 12시간이 허용돼 최대 52시간이다. 그러나 정부는 “1주는 주말을 제외한 5일”이라는 행정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주에서 제외된 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이 추가로 더 가능하다.

Q. 정부는 왜 지금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가.

A.
정부가 이런 해석을 유지한 건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이 같은 취지로 확정 판결하면 현 행정해석은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했지만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여야 견해차로 법 개정에 실패했다.

Q. 행정해석만 변경하면 부작용은 없나.

A.
행정해석은 변경 즉시 시행된다. 법에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해석만 바꾸면 관련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판결을 미루고 있고, 정부도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Q. 근로시간이 줄면 잦은 야근을 안 해도 되나.

A.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주말 근무가 없다고 가정할 때 평일 하루 평균 10시간 24분(10.4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없다. 오전 9시 출근이라면 매일 오후 8시 24분 이전에 퇴근해야 한다(점심시간 1시간 제외). 다만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일별(주말 포함)로 자유롭게 나눠 쓸 수 있다. 7일에 총 12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Q. 24시간 돌아가는 방송사 같은 곳의 근로자도 혜택을 받나.

A.
근로기준법은 26개 업종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하는 것을 허용한다. 방송업은 특례 업종이라서 혜택이 없다. 다만 여야는 노선버스업, 우편업, 음식점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들 업종 근로자는 주당 52시간까지만 일해야 한다.

Q. 근로시간이 줄면 월급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

A.
기본급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수당은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생산직의 임금체계는 대부분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구조여서 임금 감소 폭이 클 수 있다. 반면 ‘포괄임금제’(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 적용 근로자의 임금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겹칠 때 할증률은….

A.
월∼금요일에 40시간을 일한 근로자가 토요일에 8시간을 더 일했다면 연장, 휴일근로가 중복된다. 원칙적으로는 각각 50%씩 할증해 통상임금의 2배를 줘야 한다. 일당이 10만 원이라면 20만 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여당과 노동계는 이 원칙 유지를, 야당과 경영계는 50%만 할증하는 방향을 고집하고 있다.

Q. 중소기업에서도 바로 시행되나.

A.
여야는 기업 규모를 3단계(1∼49인, 50∼299인, 300인 이상)로 나눠 유예기간을 차등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3년, 2년, 1년 유예를, 자유한국당은 5년, 3년, 1년 유예를 주장한다. 여야 합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긴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Q. 노사가 합의하면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나.

A. 노사가 수당 추가 지급을 조건으로 52시간 이상 근무하기로 합의하더라도 법정 근로시간을 어기면 불법이다. 노동 당국에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 노사 모두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Q. 근로시간을 줄이면 정말 일자리가 늘어나나.

A.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은 추가로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정부는 약 3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도 30만∼40만 개로 추산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업무를 대폭 자동화하거나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도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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