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代 이은 장거리 기찻길…하노이 현지 동선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4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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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여 ㎞ 여정…대내외 다목적 포석 깔았을 것
박격포 실은 방탄 열차…경호 문제 최우선 고려
60년전 할아버지 김일성 모습 재현 우상화 일환
북중 관계, 북-베트남 관계 강화 발전 의지 피력
광저우, 박닌성 등지 경제 시찰 이벤트도 가능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용 특별열차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장거리 열차 노정에 한동안 세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지난 23일 오후 5시께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중국을 거쳐 베트남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는 23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을 지났다.

앞서 지난 22일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에서는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주변으로 통제 동향이 포착됐다. 열차가 지나는 철교 주변 호텔이 숙박 예약을 받지 않는가 하면 인근의 경비가 강화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의 열차의 종착역이 될 예정인 중국-베트남 접경지역 동당역과, 동당역에서부터 하노이에 이르는 고속도로 구간이 통제되는 등 베트남 현지도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행이 유력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김 위원장이 평양→동당→하노이 루트로 이동할 경우 동당역까지는 열차, 동당역부터 하노이까지는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계속 타면 평양부터 하노이까지 4000여 ㎞의 긴 거리를 이동하게 된다.

과거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195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열차를 이용해 중국 베이징을 거쳐 광저우까지 이동한 후, 하노이까지는 항공기편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경까지 가게 되면 할아버지보다 더 먼 거리를 열차로 이동하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우선 경호와 신변안전 보장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열차 이용의 첫 번째 목적은 최고지도자의 안전 문제”라며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게 열차”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벌써 두 차례나 중국 방문에 특별열차를 동원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외교 활동에 열차를 이용하면서 안전성 문제에서도 오랜 기간 입증이 된 부분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방탄·방폭 기능은 물론이고 82㎜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위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방탄 차량도 싣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문제로 열차 속도를 최대 시속 60㎞ 정도로만 운행한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안전상의 문제로 열차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열차행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항공기를 임차하는 부담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아닌 중국 리커창 총리의 전용기를 이용해 이동했다.

이는 참매 1호의 경호·안전상 문제를 외부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고려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내부 결속과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60여 년 전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중국 대륙을 종단한 것과 이번 예상 루트가 상당 부분 유사하다.

그동안 김 주석을 연상케 하는 행보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이번 열차행을 통해 다시 한번 60여 년 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

또 열차를 애용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당시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왕복 2만여㎞를 24일에 걸쳐 오고갔다.

이번에 김 위원장까지 장거리로 열차 이동을 하게 된다면, ‘장거리 열차 여행’으로 상징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외교사를 삼대(三代)가 모두 장식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열차 이용은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관계를 표방해 온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전략적인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열차를 이용한다면 할아버지의 하노이 방문에 대한 일종의 향수와 북중 관계, 북·베트남 관계를 강화 발전 시켜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담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열차가 베이징을 통과하지만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회담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회담 전 시 주석과 만날 경우 미국 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열차로 이동할 경우 광저우 등 중국의 발전된 도시를 방문해 경제 시찰을 하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앞서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며 북한의 의전·경호를 총괄하고 있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하노이에 가기 전 광저우를 경유하기도 했다.

아울러 광저우 등에서 항공기로 갈아타는 방안과 함께 시진핑 주석의 전용 고속열차로 갈아타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다만 이 방안은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대립하고 있다.

이 밖에 열차를 한 차례만 편도로 이용하고, 항공기를 통해 복귀하는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차, 3차 방중 당시에도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한 전례가 있고, 1차 북미 회담 당시에도 참매 1호가 하노이보다 먼 싱가포르까지 비행한 이력이 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수일 내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23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수일 내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열차 속도를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은 26일께나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인 난단(Nhan Dan)신문은 베트남 도로당국을 인용해, 오는 25일 오후 7시 부터 26일 오후 2시까지 북부 랑선성 동당에서부터 하노이까지 170㎞에 이르는 고속도로에 대한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26일 오전 6시~오후 2시까지는 해당 구간 내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 된다.

베트남 현지 외교 소식통은 베트남 당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오는 26일 오전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할 수 있으니 관련 준비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도착 직후 현지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전통적 혈맹인 만큼 우호 친선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동선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하노이 시내 중심부의 호치민 묘지 참배가 유력하다. 이어 인근의 주석궁에서 응 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28일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또한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이동하는 길에 산업 시설 시찰 차원에서 삼성전자 공장 등이 있는 박닌성의 옌퐁공단 등을 찾을 거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 1964년 김일성 주석이 갔던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공식 일정 외에 하노이에 체류하는 동안 야경을 보기 위해 심야 투어에 나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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