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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좌석보다 100만 원 비싸게 주고 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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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좌석보다 100만 원 비싸게 주고 탄다고?”

정혜연 기자 입력 2018-05-20 10:52수정 2018-05-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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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이해 못 할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는 1980년대 자국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공무원 출장 시 국적기 이용을 권하면서 도입된 공무원 전용 발권 시스템이다. 정부는 1980년 대한항공과 처음 GTR 계약을 맺었다. [뉴시스]

지난해 말 공무원 A씨는 단기해외연수자로 선발돼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공무원이 된 후 10년간 나랏돈으로 해외 출장이나 연수를 가본 일이 없는 A씨는 연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orverment Transportation Request·GTR)를 처음 알게 됐다. 공무원은 업무상 혹은 연수차 해외로 나갈 때 업무협약을 맺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GTR 항공권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항공산업 발전 위해 생긴 제도

그런데 A씨는 발권 과정에서 GTR 항공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수기인 터라 비싸야 왕복 150만 원가량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한항공 GTR 항공권 가격은 왕복 300만 원이 넘었다. 물론 운임과 여비는 따로 책정돼 나라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A씨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으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알아보니 더 저렴한 국내 또는 외국항공사를 이용해도 되지만 관련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더라.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GTR 항공권을 끊어 다녀왔는데 내 돈으로 가는 휴가였다면 절대로 그 가격에 결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GTR는 1980년대 자국의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공무원 출장 시 국적기 이용을 권하면서 도입된 공무원 전용 발권 시스템이다. 미국도 재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GTR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 8월 정부가 대한항공과 처음 계약을 맺었고, 90년 8월에는 아시아나항공과도 계약해 공무원은 2개 항공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계약은 정부나 항공사가 먼저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3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공무원의 해외 출장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현 무소속)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의 해외 출장 건수는 2014년 3만2579건, 2015년 3만8246건, 2016년 4만5121건(경찰청 미포함)으로 계속 늘고 있다(표1 참조).

1990년대 전까지 공무원은 GTR를 이용해 해외 출장을 나가야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국가 간 교류가 늘고 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96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공무원, 97년부터 행정부처 공무원은 GTR와 일반 항공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 방침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공무원 해외 출장 시 GTR 항공권을 이용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2014년 50.8%, 2015년 49.7%, 2016년 45.4%, 2017년 상반기 43.9% 등으로 2명 중 1명꼴로 GTR 항공권을 이용했다.


문제는 요금이다. GTR 항공권과 일반 항공권 요금표를 비교해보면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수기 이코노미석 왕복 기준으로 인천-뉴욕은 일반 111만 원·GTR 302만 원, 인천-샌프란시스코는 일반 87만 원·GTR 233만 원, 인천-런던은 일반 105만 원·GTR 230만 원, 인천-베이징은 일반 32만 원·GTR 53만 원 등 적게는 1.6배에서 많게는 2.6배까지 차이가 난다(표2 참조). 7월 말, 8월 초 성수기 역시 일부 노선의 이코노미석을 제외하고 GTR가 상대적으로 더 비쌌다.


GTR 항공권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출발날짜와 도착날짜 변경이 가능하고, 취소 수수료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마일리지를 이용해 좌석 승급을 할 수 있는 등 여러 혜택이 부여된다. 또 급작스럽게 해외 출장을 가야 할 경우 가장 빨리 출발할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해주는 등 항공사 측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가장 비싼 요율이 적용되는 일반 항공권과 비슷한 가격이 된 것이다.

“만일의 사태 대비해 필수불가결한 GTR”


실제로 대한항공 인터넷 항공권예매 창구를 통해 노선 조회를 해보면 일반 항공권 가격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 것을 알 수 있다. 성수기인 7월 15일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을 조회하자 4종류의 운임표가 떴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출발날짜와 도착날짜 변경이나 환불 시 추가 금액이 발생하고 마일리지를 이용해 좌석 승급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183만~205만 원 선이었다. 반면 출발날짜와 도착날짜 변경, 환불이 가능하고 마일리지 좌석 승급이 가능한 가장 좋은 조건의 항공권 가격은 400만~462만 원에 책정돼 있었다(표3 참조).


정부는 공무원 업무 특성상 GTR는 필요한 제도라고 견해를 밝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과 항공권 취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다. 항공사에서 공무원 편의를 봐주고 정부는 그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물론 일반 항공권과 비교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리로 GTR에 찬성하는 공무원도 상당수였다. 서울 소재 한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외부에서는 공무원의 해외 출장 취소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갑자기 변경되기도 하고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정부가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항공권을 일일이 취소할 수 없는 노릇이다. GTR 항공권이 일반 항공권에 비해 비싸니 세금 낭비라고들 한지만, 출발 직전 취소해야 할 때 수수료가 거의 나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낭비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해외 출장은 몇 개월 전부터 일정을 짜고 상대 국가의 기관과 협의해 방문날짜를 정하는 등 국가 대 국가의 공식 업무 성격을 띠기 때문에 취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요즘은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 취소 수수료가 낮아졌고, 일정 변경이나 환불도 약간의 추가비를 내면 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원이 GTR 항공권을 이용해야만 하는 근거로 각종 수수료를 언급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정부가 GTR 항공권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세종시 소재 정부부처 소속 공무원 C씨는 “우리는 해외 출장을 갈 때 GTR보다 저렴한 항공권을 이용하고 싶으면 견적서 등 관련 서류를 담당부서에 제출하면 된다. 몇 해 전부터 GTR에 관한 부정적 언론보도와 국민적 반감이 생겨 GTR보다 저렴한 항공권으로 해외 출장을 나가는 공무원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무원의 GTR 항공권 이용 비율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GTR 항공권 이용 비율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에서 강제하지 않기도 하지만, GTR 항공권이 아닌 일반 항공권을 이용하면 그 차액에 상응하는 경비 반환 등 인센티브가 전혀 없기 때문. 공무원은 여행 시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라 국가예산을 지원받는데 운임과 일비·숙박비·식비로 나뉘어 지급된다. 출장을 앞둔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일반 항공권을 끊어 알뜰하게 운임을 절약했다 해도 그 차액을 일비·숙박비·식비 등의 성격으로 지급받지는 못한다. 공무원 둘 중 하나는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그냥 GTR 항공권으로 타고 가지 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GTR는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GTR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GTR 항공권 판매 실적의 85.4%는 대한항공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5년간 대한항공의 GTR 항공권 판매 실적은 1797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425억 원에 달한다. 취항 1년을 갓 넘긴 에어서울의 지난해 매출이 1084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GTR가 전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2015년 8월 한국교통연구원 주재로 열린 ‘항공마일리지 세미나’의 토론회에서 유영수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문 상무는 “시민단체 등에서 대한항공이 GTR를 통해 독점적으로 안정된 가격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GTR가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또 GTR를 통해 가격 이점뿐 아니라 각종 수수료도 면제해주고, 세종시 상주 직원을 두는 등 여러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GTR는 (매출보다) 국적항공사로서 공무원 편의를 위해 유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성국 아시아나항공 여객마케팅부문 상무 역시 “GTR 매출은 0.8%도 안 된다. 판매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공무원에게 사전 예약 편의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성격이 더 강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적으로 계약하고 있다고 하지만 매출이 적어 독점계약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로 두 항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보면 GTR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올해 2월 발표된 항공사별 실적을 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8028억 원과 영업이익 9562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6조2321억 원과 영업이익 27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항공사별 GTR 매출이 집계되지 않아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자료를 토대로 보면 GTR 매출 비율은 높아야 1%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 측은 GTR가 정부 편의를 위해 유지되고 있는 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은경 대한항공 홍보부장은 “GTR 매출만 따로 집계하지 않아 자료를 취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매출 집계가 된다 해도 외부에 밝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GTR 항공권이 비싸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항공사 경쟁시장에서 정부가 대한항공과 GTR 계약을 유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연결편이 가장 많고 공무출장을 최대한 지원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공무출장으로 끊는 항공권을 일반 여행객의 프로모션 가격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항변했다.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 필요

GTR 항공권은 일반 항공권보다 2~3배 비싸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4월 19일 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 참석하고자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모습. [뉴시스]

40년 가까이 운영돼온 GTR의 취지가 약해지는 실정에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지난해 GTR 항공권 분석을 진행한 이용호 의원은 “GTR 폐지에 찬성한다. 현재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항공권예매 시스템만으로도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은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 특히 해외 출장은 한두 달 전 미리 잡히고 변경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나 취소에 대비한 GTR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렇다고 공무원에게 저가항공이나 해외항공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가라고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더라도 GTR 항공권보다 싸게 항공권을 구매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해야 세금 낭비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바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산업팀장은 “우리나라 말고도 GTR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 나라들의 운영방식을 참고해 우리의 GTR 운영방식, 운임 등을 따져봐야 답이 나올 것이다. 이를테면 공무 편의와 항공사 이익 가운데 어느 쪽의 비중이 높은지 알려면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야 한다. GTR를 없애는 논의를 하기보다 합리적인 부분을 찾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에 대해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 복무과 관계자는 “GTR 폐지 혹은 개선에 관한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므로 결과가 나오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39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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