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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김광현]김현미 장관의 말 폭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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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김광현]김현미 장관의 말 폭탄 효과

김광현 논설위원입력 2018-03-22 03:00수정 2018-03-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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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논설위원
노무현 정부 시절 지금처럼 강남집값 때려잡기가 한창일 때다. 요즘으로 치면 국토교통부 관료가 조용히 따로 보자고 했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얼마 전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소 무례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에 반(反)하는 최악의 정책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상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나 했는데 놀랍게도 활짝 웃으면서 “그렇지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게 아닌가.

가격통제는 불행의 씨앗

그는 오랫동안 주택정책 해보니 수급 조절이 아닌 온갖 가격 통제는 결국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불행의 씨앗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은 차마 할 수 없으니 언론에서라도 좀 나서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새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의 작은 몸부림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많은 사람들의 배를 아프게 했던 강남 아파트값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8억4000만 원까지 물릴 수 있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이 한마디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김 장관은 정치에 입문한 이래 줄곧 청와대 홍보비서관 등 주로 홍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 대선 때는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본부장을 지냈다. 장관이 된 뒤 홍보전문가로서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사실 8억4000만 원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밑도 끝도 없는 금액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인지도 알 수 없는 데다 재건축 종료 시점 가격, 당시 주변 시세, 공사비 등등 가정에 가정을 더해야 최고로 나올 수 있는 가공의 금액이다. 경제 부처가 이런 불확실한 자료를 공표하는 일은 상당히 보기 힘든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 한마디에 시장 분위기가 쫙 가라앉았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시킨다는 말이 퍼졌다. 한 달 가까이 아무 말 않다가 타깃인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김 장관은 “내구연한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며 인정도 부인도 않고 슬쩍 비켜났다.

최근 강남집값이 주춤하는 것에 대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어쨌든 김 장관의 으름장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한몫을 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재개발 아파트 본보기집에 수천 명이 몰렸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 통제를 해서 당첨만 되면 곧바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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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사태 아는가

한편에서는 강남집값 잡는다고 동원된 대출 규제,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 검토 등 각종 대책이 지방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쳐 그렇지 않아도 쌓여 있던 미분양 아파트가 1월 말 현재 약 5만 가구로 늘게 됐다. 지역경제 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공급 억제에 대한 부작용은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다. 정부 규제가 집값 거품을 미리 빼 급락을 막아 강남불패의 명성만 재차 확인해주는 엉뚱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사정이 급해 내놓는 엄포성 대책이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약발은 오래가지 못한다. 길게 보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적어도 수십 년간 한국 부동산시장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강남집값#주택정핵#수급조절#가격통제#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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