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처리-난민 대비해야”… 中서 확산되는 ‘북한 포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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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휴전선이남 머물도록 中, 국익 보호위해 빨리 움직여야”
소장학자들 중심 北징벌론 힘얻어
시진핑, 10월 黨대회 개막 앞두고 ‘대북문제 해결사’로 나설 가능성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북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논의가 중국 내부에 계속 확산되고 있다. 25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에서 논쟁이 일었던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미와의 소통 등으로 북한 난민, 핵무기 처리 문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의 주장에 중국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동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25일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누가 먼저 공격하든 중국은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위기 수습 과정에서 중국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갖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하고 미국이 휴전선 이남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쑨싱제(孫興杰) 지린(吉林)대 교수도 이 신문을 통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핵무기나 난민 위기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쑨 교수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핵무장 국가들 간에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전쟁 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난민 대량 유입이 커다란 우려”라면서도 “이를 토론하기에는 이르다. 컨틴전시 플랜의 전제조건은 김정은 정권 붕괴 가능성이지만 우리는 그런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자 원장은 2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평화적인 해결을 원하지만 제재로 인해 북한에서 경제적 동란과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이 예방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며 “사전에 준비해 관련국(한국과 미국)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인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북한을 버린 경험이 있다”며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북한 포기론이나 북한에 최고 수준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북한 징벌론’ 등이 힘을 얻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내부적으로 한반도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일 당 중앙정치국 위원인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북부전구(戰區)의 헤이룽장(黑龍江)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부대를 차례로 시찰했다. 다만 외교가에선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10월 초를 전후해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메신저로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다음 달 전국대표대회(18일 개최)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꽉 막힌 대북 문제의 해결사로 자신을 부각시켜 일종의 ‘자기 과시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진우 기자
#북한#중국#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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